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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회장 인종차별 발언 방치해 기관 경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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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회장 인종차별 발언 방치해 기관 경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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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적십자사 본사 특정 감사 결과 발표
차별 발언 논란 일자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인종차별 발언을 했는데도 적십자사 기관 차원의 대응이 부적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적십자사를 ‘기관경고’ 처분했다.

복지부는 5일 적십자사 본사에 대한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의 인종차별 발언이 공개된 게 발단이 왰다. 김 회장은 2023년 11월 대한적십자사 갈라쇼 후 적십자 직원들에게 외국 대사들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사에는 앙골라, 인도, 체코, 스리랑카 등 7개국 대사와 대사 부인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회장은 “(행사에) 별 볼 일 없는 사람들만 모였다”며 “저 변두리 국가에서만 와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새까만 사람 말고 하얀 사람 좀 데려오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복지부는 “지난달 7일 대통령실 감찰 지시 직후 회장은 물러났으나 지난달 12일부터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회장은 실제 갈라 행사 직후인 2023년 11월13일 사무총장 이하 8명의 부서장이 모인 주간 회의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참석자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기관 부서장들은 소극적으로 일관하다 회장이 사임하고 감사 계획을 통보하자 그제야 조처를 했다.

적십자사는 지난달 12일 외국 대사들을 찾아가 사과문을 전달했고, 13일 국내 주재 외국공관 110여 곳에 사과문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같은 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다만 실제 기관에 대한 심리적 상처와 실망감을 느낀 후원자·봉사자·헌혈자 등에 대한 실질적인 사과는 없었다.

복지부는 적십자사가 지사·혈액원의 후원자·봉사자들을 포함한 대국민 사과와 진정성 있는 신뢰 회복 방안을 마련해 대내외에 알리도록 했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 기관 내 임원·위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기관이해도를 높일 교육을 확대하도록 권고 처분했다.

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신천지예수교 표창 등을 포함한 표창 수여 과정 전반의 적정성도 살펴봤다. 그 결과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 전력을 고려하지 않고 헌혈 횟수만으로 표창을 준 문제를 확인했다. 또, 신천지예수교 회장을 2025년 적십자사 회장 표창 대상자로 추천한 헌혈진흥국장이 표창 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점이 드러났다.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 상황과 관련한 방지 제도는 부재했다.


복지부는 표창 심의규정, 추천제한 기준과 이해충돌 상황에 대한 방지 제도를 마련하도록 ‘개선요구’ 처분했다. 적십자사는 처분 요구에 따라 1개월 이내에 필요한 조처를 하고 그 조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120년 역사의 적십자사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조직문화를 개선해 기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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