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1명 태어날 때 3명 죽는다…우크라 패전보다 두려운 '인구붕괴 쇼크'

중앙일보 이근평
원문보기

1명 태어날 때 3명 죽는다…우크라 패전보다 두려운 '인구붕괴 쇼크'

서울흐림 / -0.6 °
우크라이나가 오랜 전시 상황에서 인구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누적되는 전사자, 해외 유출, 저조한 출산율 등이 겹쳐 전쟁이 끝나도 나라를 다시 세울 사람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고개를 들고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2023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삼성전자 입주 건물이 파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2023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삼성전자 입주 건물이 파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인구는 5000명 안팎에 불과한 우크라이나 서부 소도시 호슈차의 사례를 들어 이 나라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통신에 따르면 호슈차 한 병원의 올해와 지난해 신생아 수는 각각 139명, 164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10여 년 전 매년 400명 이상 태어나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로이터가 인용한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 산하 인구학연구소 자료에선 이런 추세가 명확히 드러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전 4200만 명에 달했던 우크라이나 인구는 현재 36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연구소는 2051년 우크라이나 인구가 2500만 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의 2024년 추정치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출생률은 가장 낮고 사망률은 가장 높은 국가로 꼽혔다. 출생 1명당 사망 3명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전쟁은 기대수명도 빠르게 깎아내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평균 남성 기대수명이 전쟁 전 65.2세에서 2024년 57.3세로 8년 가까이 줄었고 여성 기대수명도 같은 기간 74.4세에서 70.9세로 떨어졌다고 추산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인구 문제를 고질적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은 “2001년 4800만 명을 넘은 우크라이나 인구는 이후 수백만 명의 시민이 서유럽 등으로 이주하면서 구조적 감소세에 들어갔다”며 “경제난과 부패, 낮은 임금 등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로이터가 인용한 우크라이나 민간 싱크탱크인 경제전략센터의 지난 3월 보고서를 보면 2022년 침공 이후 해외로 떠난 우크라이나인 중 약 520만 명이 여전히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170만~270만 명은 전쟁 종료 후에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올렉산드르 글라둔 인구학연구소 부소장은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인구에 젊은 여성과 가임기 연령층이 과도하게 많이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향후 출산을 담당할 세대가 빠져나가 인구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주거·인프라·교육 환경을 개선해 귀환과 정착을 돕고 이민자 유치로 인력난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현재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10년간 노동력 부족이 45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두 건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두 건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정책이 효과를 내면 2040년 인구를 3400만 명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무위에 그치면 같은 시점 인구가 2900만 명 선에 머무를 수 있다고도 정부는 전망한다. 로이터는 미콜라 판축 호슈차 시의회 의장을 인용해 “파괴된 건물과 도로를 복구하는 차원을 넘어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부터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후 재건과 안보를 동시에 감당할 인구 기반이 유지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