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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피해 가족 "'처음 듣는다'는 李에 비통...물망초 항상 달아 달라"

중앙일보 심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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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피해 가족 "'처음 듣는다'는 李에 비통...물망초 항상 달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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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한 데 대해 6·25 전쟁 당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납북·억류된 우리 국민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진정한 평화는 없다”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통일부가 제작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정부 최초의 상징물인 '세송이 물망초' 배지의 모습. 사진 통일부

통일부가 제작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정부 최초의 상징물인 '세송이 물망초' 배지의 모습. 사진 통일부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5일 이성의 이사장 명의 입장문을 통해 “75년 간 빼앗긴 아버지, 형제들을 기다리며 살아온 우리 전시납북피해 가족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어리둥절해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는 비통함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처럼 밝혔다. 협의회는 “불과 10여년 된 사건조차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한다면 75년이나 된 6·25전시 납북 문제는 과연 얼마나 인지하고 있겠느냐”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2013~2017년 사이 북한에 억류된 국민 6명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개별적 정보가 부족하다. 상황을 알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가족회는 “기자가 언급한 여섯 분의 북한 억류자들은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비교적 가장 최근의 사례이며, 그 뿌리는 6·25전쟁 중 북한이 조직적·계획적으로 10만여명의 민간인을 강제로 납치해 북으로 끌고 간 천인공노할 사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유엔은 지난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을 반인도범죄로 규정하고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송환 및 보상의 노력을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어떠한 실질적인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현 정부의 강제납북 및 억류 국민에 대한 태도를 결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도 비판했다. 통일부가 지난 10월 조직 개편에서 장관 직속 납북자 대책팀을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산가족납북자과로 통합한 걸 언급하며 “납치, 억류 피해자의 문제를 이산가족의 문제로 희석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회는 “매일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은 고통 속에 사는 가족들에게 북한의 책임 인정과 송환 등 원상 회복 조치가 없는 평화 타령은 마음에 못 박는 2차 가해”라며 “이제라도 대통령께서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존재를 알게 되셨다면 반드시 송환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 직속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납북자 억류자의 송환 없이 비전향장기수 등을 북으로 보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과 외교·통일부 장관이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을 비롯, 모든 국가 공무원들은 정부에서 만들어 배포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를 기억하는 ‘세 송이 물망초’ 배지를 항상 달고 기억해야 한다. 일본 총리 및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납북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 배지를 항상 착용하며 기억하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세 송이 물망초 배지를 착용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중앙일보 12월 5일자 14면 보도〉에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세 송이 물망초 엠블럼과 배지는 현재 사용 중에 있다. 다만 배지 패용은 의무적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납북 피해 가족과 면담을 총 세 차례 했는데, 그중 두 번 정도는 패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통일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자 “정부는 억류자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 대화가 이뤄진 시기에는 여러 차례 북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2018년 6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통일부 장관이 문제를 제기했고, 북측 이선권 단장은 ‘현재 국내 전문기관들에서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 장관이 지난 9월 최춘길·김정욱 선교사 가족을 면담한 사실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우리 국민인 북한 억류자의 귀환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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