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첫눈 뒤에 숨은 ‘빙판의 덫’…고관절 골절시 4명중 1명 숨진다

매일경제 심희진 기자(edge@mk.co.kr)
원문보기

첫눈 뒤에 숨은 ‘빙판의 덫’…고관절 골절시 4명중 1명 숨진다

서울맑음 / -0.7 °
얇은 얼음막이 위험지대
수술해도 1년내 15% 사망
천천히 걷고 보폭 줄여야


빙판길 골절, 노인 낙상 등을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챗GPT]

빙판길 골절, 노인 낙상 등을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챗GPT]


첫눈이 내린 뒤 도로와 인도 곳곳에 얇은 얼음막이 형성되며 낙상 위험이 커지고 있다. 낮은 기온 탓에 눈이 빠르게 얼어붙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가 생기면서 보행자 사고가 늘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뼈가 약한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는 작은 충격에도 골절과 장기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겨울철 낙상으로 흔히 다치는 부위는 손목, 발목, 척추 등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손상은 고관절골절이다. 고관절은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부위다. 이 부위가 부러지면 체중을 지탱할 수 없어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수개월간 침상 생활이 불가피해지고 폐렴, 욕창, 혈전 같은 2차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김진우 노원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강추위에는 옷을 두껍게 입어 움직임이 둔해지고 눈이 쌓여 지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디디거나 빙판에 미끄러질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노인의 경우 한 번 넘어지면 골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낙상 후에는 신속히 병원을 찾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관절 골절 수술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4.7%, 2년 내 사망률은 24.3%로 보고된다. 치료가 늦어지거나 방치될 경우 사망 위험은 더 높아져 1년 내 25%, 2년 내 최대 70%에 달한다.

김상민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골절이 한번 발생하면 여성 기준으로 환자 2명 중 1명은 독립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고, 4명 중 1명은 장기 요양이 필요할 정도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빙판길에서 엉덩방아를 찧거나 미끄러질 뻔해 허리를 삐끗한 경우 초기 통증이 크지 않더라도 경계해야 한다. 주변 근육 긴장이나 미세 손상이 남아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증상이 지속되면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노년층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 가능성이 높아 통증 정도와 상관없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김 교수는 “초기 통증은 냉찜질과 소염제로 조절할 수 있다”며 “무릎을 굽혀 다리 아래에 베개를 두고 누우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은 일상적인 보행 습관에서 시작된다.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걸으면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행동은 넘어질 때 몸을 지탱하기 어려워 피해야 한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고 긴 바지나 헐렁한 옷처럼 발을 걸리게 할 수 있는 요소는 미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두꺼운 복장으로 민첩성이 떨어지는 만큼 외출 전 옷차림의 안전성도 점검해야 한다.


또 한파, 폭설, 빙판 등 기상이 악화된 날에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부득이하게 이동해야 한다면 이동 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난간이나 지지물을 활용해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겨울철 낙상은 단순 타박상으로 끝나지 않고 중증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행 습관과 외출 환경을 평소보다 더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