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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설 안 됐네" 험난했던 출근길..."악!" 빙판길에 '휘청휘청'

머니투데이 박상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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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설 안 됐네" 험난했던 출근길..."악!" 빙판길에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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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빙판길에 미끄러진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5일 오전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빙판길에 미끄러진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길이 너무 미끄러워요. 마음은 급한데 속도를 낼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5일 오전 6시30분쯤 경기 안양 한 버스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시민 40여명이 초조한 표정으로 4호선 인덕원역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간밤 내린 눈으로 얼어붙은 길을 걷다 여러 시민이 미끄러졌다.

한 중년 남성은 균형을 잃고 큰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었고, 뒤따르던 시민들도 빙판길에 휘청거렸다. 역 인근에서 넘어진 한 시민은 팔목을 매만지며 짧게 신음한 뒤, 급히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20대 여성 고모씨는 추운 날씨에 몸을 웅크린 채 역으로 향했다. 그는 "홍대로 출근하는데, 빙판길 탓에 사람들이 일찍 나올 것 같아 서둘렀다"라며 "길이 너무 미끄러워 펭귄처럼 종종걸음을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출근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제설이 안 돼 있어 너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40대 남성 박모씨도 비슷했다. 그는 "평소엔 차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막힐 것 같아 1시간30분 일찍 집을 나섰다"라며 "버스정류장에서 인덕원역까지 길에 미끄러져 우왕좌왕하며 걸었다"라고 했다. 이어 "7시30분까지 서초동 회사에 도착해야 해 마음이 급하다"라고 말했다.


폭설 뒤 얼어붙은 출근길…시민들은 '펭귄 걸음'

지난 4일 서울·인천·경기·강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퇴근길 서울 중구 거리에 눈이 내리는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4일 서울·인천·경기·강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퇴근길 서울 중구 거리에 눈이 내리는 모습./사진=뉴시스.



전날 기상청은 오후 6시에 서울 전역을 비롯해 경기 부천·김포·동두천·포천 등 수도권과 강원도 철원, 인천(옹진군 제외)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이 5㎝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표한다.

이날 서울 성동구 왕십리 출근길에도 전날 폭설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았다. 왕십리역 6번 출구 일대엔 간밤에 쌓인 눈이 녹지 않아 곳곳에 1~2㎜가량 쌓였고, 주변에 주차된 차량·트럭 위에도 눈이 두껍게 덮였다. 일부 구청 직원들은 제설용 삽을 들고 눈을 정리하는 작업 중이었다.

유근웅씨(67)는 "구청 공원 녹지과에서 조경업무를 담당한다"라며 어제는 성동구 어린이 꿈 공원 일대에서 제설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밤새 눈이 쌓였을까 걱정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했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고 마스크·장갑·귀마개 등을 갖춰 착용한 모습이었다. 비니 모자를 쓴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 일대는 경사가 없는 평지였지만, 사람들은 미끄러지지 않으려 양팔을 벌려 중심을 잡아가며 조심스레 걸었다.

김모씨(32)는 "어제 차로 출퇴근하다가 도로가 폭설로 미끄러워져서 사고가 날 뻔했다"라며 "오늘은 사람이 많아 붐비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도 시민들은 빙판이 없는 구간에서는 빠르게 걷다가 빙판 구간에선 속도를 줄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 미끄러지자 손을 빼고 걸음을 고쳐 잡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당산역은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붐벼 매우 혼잡했다.


40대 한송희씨는 "평소엔 구두를 신지만, 오늘은 눈길에 대비해 일부러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보다 15분 일찍 집을 나섰지만, 시민들이 몰리며 지하철을 쉽게 타지 못했다.

재택근무를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김호영씨(27)는 "주 2회 정도 재택근무가 가능한데, 목요일에 '눈이 많이 올 수 있다'라는 소식을 듣고 미리 신청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상황을 보니 미리 신청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2호선 당산역은 빙판길 차도를 피해 지하철로 출퇴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사진=최문혁 기자.

5일 오전 서울 2호선 당산역은 빙판길 차도를 피해 지하철로 출퇴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사진=최문혁 기자.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경기(안양)=김서현 기자 ssn3592@mt.co.kr 김지현 기자 mtjen@mt.co.kr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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