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측 음주의혹 제기…경찰 수사 결과 정황 없어
택배노조·유족 기자회견…유족 "죽고난 뒤에도 모욕"
택배노조·유족 기자회견…유족 "죽고난 뒤에도 모욕"
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택배노조와 유족이 쿠팡과 대리점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오승용 씨에 대해 근거없는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한 대리점 측과 쿠팡이 고발당했다.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와 승용 씨 유가족은 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청년을 두 번 죽인 악덕기업 쿠팡과 대리점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쿠팡 대리점 측은 쿠팡기사 승용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장례식 바로 다음날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했다.
대리점 측은 동료기사들이 '음주운전으로 보험 안 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SNS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음주운전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에 나선 제주동부경찰서는 사고 직전까지 고인의 동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119구급대원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음주운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특히 SNS 메시지에 등장하는 동료기사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실제 이들은 대부분 고인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긴 대화 중 잠깐 나온 음주운전 얘기만 캡처돼 유포된 것이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 오승용 씨 교통사고현장.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
승용 씨 아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찢어놓은 말들이 사실이 아니었다. 남편이 왜 죽고난 뒤에도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저희 가족은 말도 안되는 소문을 듣고 무너져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진실을 당장 밝혀라"라며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노조와 유가족은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허위사실 유포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과로사가 아니라 음주운전인 것처럼 언론에도 번졌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의 허위사실 유포와 사자 명예훼손에 대한 철저한 수사, 책임자 처벌을 위해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며 "쿠팡은 지금이라도 오승용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당장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쿠팡 배송기사 오승용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승용 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해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 하루 쉬고 새벽배송에 투입됐다가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사망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