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수능만점 왕정건군 "이팔전쟁 보며 의사 꿈…응급의학과 갈 것"

연합뉴스 오보람
원문보기

수능만점 왕정건군 "이팔전쟁 보며 의사 꿈…응급의학과 갈 것"

속보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유럽 PO 승자와 월드컵 A조
광남고, 전국 공립 일반고 최초 2년 연속 만점자 배출
"영어 어려워 당일엔 만점 확신 없어…사교육보단 학교 공부에 중점"
"미뤄둔 책·넷플릭스 볼 것…대학 가면 연애도 하고파"
수능 성적표 받은 왕정건군(가운데)(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수능 성적표 받은 왕정건군(가운데)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나머지 과목은 만점이겠다 확신이 들었지만, 영어 때문에…특히 24번이 처음 보는 지문이라서 어려웠어요. 두 답안 중 고민하다가 2번을 선택했어요. 그땐 논리적으로 푼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떠올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찍다시피 한 것 같긴 해요. 하하."

전년보다 매우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왕정건(18)군은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서 한 인터뷰에서 '시험을 치고 나올 때 만점이란 느낌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으로부터 만점짜리 수능 성적표를 받았다. 국어·수학·탐구(2과목) 영역 문제를 다 맞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 1등급을 받으면 만점이다.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말이 나오는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사람은 전국에서 단 5명뿐이다.

왕군은 '강남 3구' 등 유명 학군지도 아니고 특목·자사고도 아닌 공립 일반고 소속으로 이런 성과를 거뒀다. 광남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다. 전국 공립 일반고 중 2년 연속으로 수능 만점자를 내놓는 건 광남고가 최초다.

고교 진학 무렵 특목·자사고에는 아예 원서조차 내지 않았다는 왕군이 광남고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통학 거리였다. 수험생은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막상 학교에 와 보니 선생님들의 수업 수준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 진로 탐색 프로그램, 자습 환경 등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왕군은 "후배들에게 학교 수업 때 자지만 않으면 좋은 결과 낼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워낙 좋은 학교다 보니 수업만 들어도 수능과 내신 모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능 만점자의 답변(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수능 만점자의 답변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물론 왕군 역시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무게중심을 둔 건 학원이나 과외가 아닌 공교육이었다고 왕군은 힘줘 말했다.

그는 "공부하는 데 딱히 요령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따로 공부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고, 하고 싶을 때나 할 수 있을 때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 과목만 계속 공부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럴 때면 다른 과목을 공부했다"고 떠올렸다.

왕군은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의대 수시 모집에 지원했다. '돈 잘 버는 전문직'을 노리고 의대 진학을 원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왕군이 의사를 꿈꾸는 이유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왕군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을 접한 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더욱 또렷이 하게 됐다. 생활기록부에 적힌 그의 장래 희망 역시 '국제 의사'다.


왕군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박노해 시인이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라는 말"이라면서 "아픈 사람들이 많은 곳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돼 분쟁지역에 가는 때를 대비해 아랍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고1 때 중국 체험학습에서 본 광개토대왕릉비 표면의 글자를 읽고 설명할 정도로 한자에도 능통하다.

왕군은 수능이 끝나 시간이 생긴 만큼 그동안 미뤄둔 책을 읽고 넷플릭스 시리즈도 몰아 볼 예정이라고 했다.

가장 가고 싶은 대학으로 서울대 의대를 꼽은 그는 대학에 가면 연애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왕군은 "아직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현실감각이 없다"면서 "정시보다는 수시로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뜻밖의 결과를 받아서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친구들에게서 수능만점 축하받는 왕정건군(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친구들에게서 수능만점 축하받는 왕정건군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seephoto@yna.co.kr


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