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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특수활동비 현금 저수지'… 물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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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특수활동비 현금 저수지'… 물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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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특수활동비로 법망 밖에 '현금 저수지'를 조성해 예산을 집행한 의혹이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최근 뉴스타파가 입수한 '먹칠 없는' 특수활동비 자료에서 ▲서울동부지검이 한 해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를 ▲은행 계좌(현금 저수지)에 숨겨두고 ▲해를 넘겨 사용한 물증이 드러났다. 회계독립의 원칙 등 국가재정의 근본을 훼손하고 정부·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무력화한 초유의 예산 비위다. 뉴스타파는 2023년 '검찰의 초법적 현금 저수지 조성'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먹칠 벗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검찰이 특수활동비 자료에서 '수령자', '수령 사유'와 함께 먹칠로 감춘 내용 가운데 하나가 특수활동비의 월별 수입액과 지출액, 잔액을 정리한 '표'(이하 특수활동비 잔액표)다.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서울동부지검의 '먹칠 없는' 특수활동비 자료를 입수했다. 특수활동비 잔액표도 먹칠을 벗었다. 검찰이 매달 남기는 특수활동비 장부의 맨 아래에 기입돼 있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의문의' 50만 7,000원
잔액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동부지검은 모두 4,348만 5,000원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았다. 이 가운데 3,590만 원을 검사 등이 전액 현금으로 가져갔다.


2023년 8월 기준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남은 돈은 얼말까. 간단한 산수다. 4,348만 5,000원-3,590만 원=758만 5,000원. 2023년 8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은 758만 5,000원이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에는 '가용액(잔액)'이 '809만 2,000원'이라고 돼 있다. 계산(758만 5,000원)보다 '50만 7,000원' 더 많다.



2023년 8월 기준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수입액과 지출액, 그리고 잔액이 따로 노는 상황. 예산이 정상적으로 운용됐다면 결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단순한 계산 실수나 오타인 걸까. 이 50만 7,000원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미사용 계좌 잔액' 50만 7,000원
해답은 특수활동비 잔액표에 담겨 있다. '배정(수입)' 부분의 맨 아래쪽. '미사용 계좌 잔액 50만 7,000원'이라고 적혀 있다.


2023년 8월 기준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특수활동비 잔액표에 나와 있는 것처럼 '50만 7,000원'은 서울동부지검이 2023년에 배정받은 예산이 아니다. 2023년 8월까지 서울동부지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1,449만 5,000원씩 3차례, 4,348만 5,000원이 끝이다.



2023년 8월 기준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미사용 계좌 잔액 50만 7,000원'은 말 그대로 ▲서울동부지검이 2023년 이전 해에 배정받았던 특수활동비 가운데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50만 7,000원'을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시한 것이다.

국가재정 근본 원칙 훼손, 예산 통제권 무력화… '초유의 예산 비위' 증거 첫 확인
2023년 11월 뉴스타파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로 '현금 저수지'를 조성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주간 뉴스타파] 검찰총장의 비밀… 세금으로 만든 '현금 저수지' / https://newstapa.org/article/Liy3M)

의혹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검찰이 한 해 동안 배정받은 특수활동비를 다 쓴 것처럼 예산 서류를 꾸미고 ▲이를 통해 정부와 국회 등을 속인 뒤 ▲남은 특수활동비를 어딘가에 보관하다가 ▲해를 넘겨서 쓴다는 의혹이었다.


▲국가재정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인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훼손한 것은 물론 ▲정부와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무력화한 초유의 예산 비위 의혹.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속 '미사용 계좌 잔액 50만 7,000원'은 이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첫 번째 물증이다.

뉴스타파·시민단체, 검찰 특활비 잔액표 공개 위한 별도 행정소송 진행 중
2023년 4월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등 3곳의 시민단체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확정 판례를 이끌어냈다. 곧이어 대검찰청을 비롯한 전국 67개 검찰청이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조직적으로 대법원에서 판시한 내용을 무시했다. 자료의 중요 부분을 전부 '먹칠'로 가린 자료를 뉴스타파에 제공했다. 특수활동비 잔액표 역시 전부 삭제된 상태였다.

당시 취재진은 의아했다. 수입액과 지출액, 잔액, 그러니까 숫자만 적혀 있는 표를 왜 이렇게까지 감추는지 의문을 품었다.

'먹칠 없는'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보고나서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현금 저수지'의 물증, 즉 예산 비위의 증거를 가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현재 검찰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잔액표의 공개 여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1심 판결이 나온다.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