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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확대되도 여성 가사노동 못 줄여…돌봄 지원 필요"

이데일리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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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확대되도 여성 가사노동 못 줄여…돌봄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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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책연구원 '유연근무제와 성평등' 패널조사 연구
코로나 이후 제도 확산에도…여성 가사노동 55분 늘어
"긴급돌봄 등 가족 지원 보강…남성도 유연근무 활용"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탄력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잇달아 도입했으나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는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여성의 근무시간만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가사·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돌봄 지원과 성역할 규범 개선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5일 박수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유연근무제와 성평등:탄력근로·시차출퇴근제·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중심으로’ 패널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주당 가사노동시간은 약 55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9068가구 내 만 19~64세 여성 9997명을 표본으로 시작한 여성가족패널 6~10차(2016~2024) 자료를 활용했다.

이 기간 유연근무 문화는 크게 확산됐다. 탄력근무와 시차출퇴근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패널의 절반 이상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연도별 실제 활용률은 차이가 있었으나 제도 도입 자체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연구는 유연근무제가 일·생활 균형 제고 취지와 달리 여성의 가사·돌봄 노동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연근무제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가사노동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적 효과 분석 모델’과 ‘코로나 전후 효과 모델’로 분석한 결과, 코로나 첫해 가사노동의 총량 자체가 증가하면서 패널 전체의 가사노동 시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근무시간만 조정되는 방식은 가정 내 성별 분담 구조나 돌봄 공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의미다.

연구는 이런 유연근무제의 역설을 해소하려면 단순한 근무시간 조정 기능을 넘어 재택근무 인프라, 대체 돌봄체계 확충 등 가사·돌봄노동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제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긴급돌봄 등 가족 지원 체계를 보강하고, 남성의 유연근무 활용을 촉진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완화하는 정책접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는 여성들의 근로시간과 가사노동 시간의 자율성을 증가시켜 경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지만, 여성의 가사·돌봄 노동을 증가시킴으로서 고전적인 성역할 규범을 고착화시키는 우려가 있다“며 “여성의 유연근무 활용이 가사·돌봄 시간 증가와 맞물린다면 가정 내 성역할 분담이 균등해지지 않는 한 유연근무가 여성에게 부담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