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행 경영의 기본 원칙 공공성과 투명성 지켜져야
김민우 더 케이글로벌 대표 |
광주은행에서 터진 분노는 단순한 노조의 항의가 아니다. 지역은행의 본질을 파괴한 JB금융의 독주 체제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경고음이다. 광주은행 노조는 배당 확대를 위해 빚까지 내며 지역 자본을 빨아들이는 기형적 경영이라고 직격했고, 이 불씨는 이미 전북은행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광주은행장·전북은행장 인선은 시작도 전에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심은 명확하다. 김기홍 회장의 독단이 지역 금융을 사실상 ‘사유화’ 단계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김기홍 회장은 윤석열 정부 초기에 이례적으로 정관을 고쳐 3연임을 밀어붙이면서 지배구조의 견제 장치를 사실상 없앴다. 장기 집권 구조가 제도적으로 굳어진 뒤 JB금융의 인사·경영·자금 재배분은 회장 중심 구조에 완전히 종속됐다. 문제는 이 구조가 더 이상 시장의 자정 능력으로는 통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JB금융은 지역에서 발생한 이익을 지주 중심의 재무 구조로 흡수해왔다. 광주은행이 벌어들인 1500억원을 전북은행 증자에 투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 발행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쯤 되면 지역은행의 존재 이유는 뒤틀렸다. 지역의 돈이 지역경제로 돌아가는 대신, 지주와 회장 체제의 배당·보상 재원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광주은행 노조가 이를 ‘지역자본 역외 유출’이라고 규정한 것도 과장이 아니다.
영업점 축소, 채용 축소, 고객 리밸런싱 등 포장된 구조조정 역시 실적과 배당을 최우선한 조치였다. 그 결과 지역민의 금융 접근성은 악화되고 청년 일자리는 줄었다. 고금리시기에 확대된 예대금리차 이익은 대부분 배당으로 빠져나갔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몫이었다. 그런데도 김기홍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3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 전체가 회장 개인의 성과 보상 체제냐”는 냉소가 나온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인사권의 완전 장악이다. 3연임 이후 JB금융의 인사에서는 공정성과 전문성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이번 광주·전북은행장 인선도 마찬가지다. 전문성과 지역성을 갖춘 정통 은행인보다 회장과 가까운 인물 중심의 숏리스트가 돌고 있으며, 인선 과정은 비밀주의와 측근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은행 경영의 기본 원칙인 공공성과 투명성은 이미 무너졌다.
전북은행 내부에서는 “광주 다음은 전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광주의 불만이 전북으로 옮겨 붙는 이유는 똑같은 구조 때문이다. 지역성과 공공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배구조, 지주 중심의 배당 전략, 공공성보다 회장 체제의 유지가 우선되는 조직 문화가 JB금융 전체에 깊숙이 박혀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광주·전북은행장 인선이 지역 금융의 공공성과 안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한 기업의 인사가 아니라, 지역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무너졌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다. 인사가 또다시 밀실·측근 중심으로 귀결될 경우, 당국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광주은행 노조가 회장의 중도퇴진을 요구한 것은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다. 지금 JB금융의 위기는 특정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 전체의 붕괴다. 지역 금융의 자산이 지주의 배당 재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광주·전북 모두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전북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광주·전북은행장은 ‘정통 은행맨’이어야 한다. 지역 서민과 중소상공인의 생활 금융을 이해하고, 지역경제의 숨결을 금융으로 살려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역은행의 역할은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다. 지역민·소상공인·사회적 약자를 지탱하는 공공 금융 플랫폼이자, 정부 정책 금융의 최전선이다. 이런 기본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인사가 임명돼야 JB금융이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JB금융은 더 이상 개인의 권력 유지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회장의 보은 인사와 일방적 경영 전략이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역 금융은 지역민의 것이다. 지금의 JB금융은 그 당연한 원칙을 잃었다. 광주은행에서 울린 노조의 외침은 JB금융 전체를 향한 마지막 경고다.
김기홍 독주 체제가 계속된다면 광주도, 전북도, 지역 금융의 미래도 없다. 지역은행의 공공성을 되찾는 첫걸음은 독주의 종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가 아니라 ‘단절’이다. JB금융의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역 금융의 붕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글. 김민우 더 케이글로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