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부터 '킹더랜드' '태풍상사'까지, 전역 후 연속 흥행
최근 1인 소속사도 설립…"올해는 '태풍 같은 한 해"
배우 이준호가 <더팩트>와 만나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O3 Collective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옷소매 붉은 끝동'부터 '킹더랜드', 그리고 이번 '태풍상사'까지 3연타 흥행 성공이다. 배우 이준호가 전역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홀로서기에도 나서며 조금 더 알찬 한 해를 장식했다. 이준호가 2025년을 '태풍 같은 한 해'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준호는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극본 장현, 연출 이나정·김동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하루아침에 무역회사 태풍상사의 사장이 된 강태풍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30일 16부작을 끝으로 종영한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시절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돼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았던 위기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며 삶을 이어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넸다.
이에 힘입어 5.9%로 시작한 작품은 16회에서 10%대 벽을 넘고 10.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준호는 "준비 기간부터 촬영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동안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었다. 지금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너무 즐거웠다. 태풍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었던 한 해였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처음 '태풍상사' 대본을 마주했을 때 반가움이 가장 먼저 앞섰다는 이준호다. 그는 "IMF를 직접 겪은 시대는 아니지만, 풀어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과거 그 시절을 겪었던 분들과 이를 전혀 모르는 분들의 연결고리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때 그 시절의 낭만과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비록 IMF 당시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작품의 정서를 떠올렸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이준호는 혼자 혹은 누나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정을 나누던 시대 분위기를 체감했다.
그는 "부모님이 없을 때 앞집 아주머니가 아이를 봐주고,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었던 때이자 계산 없이 정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배우 이준호가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에서 강태풍 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며 시청률 10%를 견인했다. /tvN |
이준호는 이러한 경험이 '태풍상사'가 담고자 한 '낭만'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다만 지금의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개인화된 문화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신문 한 부도 이웃과 나눠 보던 낭만이 있었다며 "바로 그런 차이가 작품 속 시대가 가진 '낭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태풍상사'가 그때의 온기와 공동체적 정서를 오늘날 다시 상기시켜주는 작품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희로애락이 가득한 강태풍을 연기하며 이준호가 가장 놓치지 않으려 했던 디테일은 '솔직함'이었다. 그는 "태풍은 기쁜 건 기쁘다고, 화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 수 있는 사람이다. 요즘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 솔직함이 시청자의 마음을 열고 극 중 동료들이 태풍을 믿는 이유가 된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장현 작가는 이준호와의 사전 미팅 당시 "국민 아들, 국민 남친, 국민 사장님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이준호는 "나 역시 태풍이 그런 사람이길 바랐다"며 "내 동생이었으면, 내 회사의 사수 또는 사장님이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렇게 된 것 같냐고요? 저희 작품을 봐 준 10% 시청자들에게는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최소한 태풍상사 직원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우 이준호가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의 배경이 된 IMF 시대를 직접 경험하진 못 했지만, 그 시절만의 낭만이 있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tvN |
특히 '태풍상사'는 최근 짧은 호흡의 작품이 많아진 흐름 속에서 16부작 긴 호흡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극 중 1년 남짓한 시간을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중간에는 다소 늘어진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준호는 오히려 16부작이었기에 반가웠다고. 그는 "처음 드라마를 했을 때부터 대부분 16부나 20부 같은 긴 호흡의 작품을 했어싿. 그래서인지 짧은 호흡보다는 긴 호흡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촬영 시간은 같아도 막상 방송은 짧게 끝나면, 사랑에 빠질 때쯤 헤어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더라. 마침 '태풍상사'는 16부작이라 반가웠다. 시대에 발 맞춰 회차가 줄어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16부작 드라마가 앞으로도 계속 나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물론 긴 호흡의 작품은 플롯이 반복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구조적으로 아쉬운 지점들은 앞으로 모든 작품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16부를 연기하며 '어떻게 다채롭게 변주를 줄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어요. 같은 감정선으로 16부를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요. 강태풍의 감정을 어떻게 16시간 동안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도 두 달 가까이 한 인물과 그 세계가 살아 숨 쉬는 과정을 시청자가 함께 응원하게 되고 매주를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힐링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준호가 꼽은 작품 속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은 단연 1부 엔딩이었다. IMF 뉴스가 터지는 순간, 아버지의 죽음을 동시에 마주하는 장면이다. 그는 "대개 드라마는 1부 엔딩에 이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울림이 있는 장면이지 않나. 때문에 이 장면을 정말 잘 찍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다. 촬영할 때도 이 감정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고 전했다.
배우 이준호가 전역 후 3연속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 마음의 여유를 꼽았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있다며 계속해서 자신의 변주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O3 Collective |
이준호는 '태풍상사'가 가진 메시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태풍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태풍상사 식구들이 서로를 지켜주며 위기를 극복해나간다. 혼자가 아니라는 울타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IMF라는 무거운 소재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 버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연기자로서 이준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역 후 '옷소매 붉은 끝동'부터 '킹더랜드' '태풍상사'까지 모두 10% 시청률을 넘어서며 3연속 흥행에 성공한 이준호다. 이에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웃어 보인 그는 "군 복무를 기점으로 내 20대와 30대가 나뉜 것 같다"고 밝혔다.
"군대 이후 연기 스타일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악착같이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지금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힘을 빼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갖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갖춰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했고요. 물론 아직도 지나서 보면 여전히 조금씩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계속해서 지금보다 더 유연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에도 편하고, 표현하기에도 편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그는 "태풍이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결국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겨냈다. 우리 역시 힘든 순간 주변을 돌아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며 "그 따뜻함을 느끼셨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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