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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 코스피 시대’ 증시 초강세에도 바이오는 정중동...돌파구는

이데일리 송영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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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 코스피 시대’ 증시 초강세에도 바이오는 정중동...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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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11월05일 09시2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증시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사상 첫 4000 시대를 열었고, 코스닥도 900선을 돌파했다. 주가 강세 분위기와는 달리 바이오 섹터는 뚜렷한 영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바이오 3대장이라 일컬어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은 52주 최고가를 넘어서지 못하는 등 증시 상승세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바이오 시장 가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약 개발 성공과 특허 문제 등의 불확실성 해결이 주가 상승 및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0.61 포인트 오른 4107.50을 기록했다. 지난 27일 사상 첫 4000에 진입한 이후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코스피 증가율은 약 61%에 달한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9.56% 증가한 900.42로 지난 1년간 약 21%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가 집값 억제를 위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코스피 5000시대를 예고하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증시 강세를 이끌고 있는데, 바이오 섹터는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기나 피부미용,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개별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래픽=김일환 기자)




바이오 3대장, 삼성바이오·셀트리온·알테오젠 기대치 못 미쳐

바이오 섹터 주가의 보수적인 움직임은 바이오 3대장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주가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실적 기업이자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10월 31일 주가가 122만1000원으로, 52주 최고가인 126만5000원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조5000억원대이던 매출이 올해는 약 6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영업이익도 올해 사상 첫 2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정도로 실적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주가는 코스피 지수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068270)도 지난해 10월 31일 16만7892원이던 주가가 올해 10월 31일 17만5600원으로 52주 최고가인 18만8000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로 바꾸는 기술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떠오른 알테오젠(196170)은 같은 기간 주가가 37만6500원에서 48만8500원으로 약 30% 올랐지만, 52주 최고가인 52만9000원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섹터의 대명제로 인식되는 신약 분야에서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개발이 아닌 CDMO 사업이 주력이고, 셀트리온 역시 최근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초기 단계인 데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메인이다 보니 신약 모멘텀 측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알테오젠의 경우 핵심 플랫폼에 대한 특허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최근 주가 추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CDMO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스위스 론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31일 주가가 532.60였지만, 올해 10월 31일에는 558.40으로 1년간 4.84% 오르는 데 그쳤다. 따라서 신약 개발 없이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CDMO 시장에서 큰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역시 경쟁사와 경쟁 제품 다수 등장과 가격 하락에 따른 장기적 사업성 악화가 예상된다.

신약개발 드라이브 절실, 블록버스터 탄생이 기업가치 상승 이끈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신약 상업화 성공과 블록버스터 개발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 큰 투자를 통한 유망 바이오 기업 인수 같은 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에피스를 분리해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앞으로 신약 개발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최근 몇 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 삼성물산이 공동 출자한 벤처 투자 펀드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유전자 치료제 분야 기업 재규어, 센다, 브릭, 라투스, 아버바이오 등에 지분 투자한 것도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인 포석으로 관측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신약 개발에 앞장서는 것이 업계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신약 개발에 대한 기술력을 신속하게 확보, 경쟁력을 빠르게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50위권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사업 일변도에서 신약 개발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신약 개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ADC 등 최근 주목받는 신약 분야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빠르게 개발 능력과 신약 개발 시장에서의 브랜딩 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알테오젠은 핵심 기술인 SC제형 변환 플랫폼 ‘ALR-B4’와 관련 할로자임이 MSD에 특허 소송을 제기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MSD가 알테오젠으로부터 ALR-B4를 도입해 키트루다SC를 개발했는데, 할로자임이 자사 ‘MDASE’ 플랫폼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특허청(USPTO)에 특허무효심사를 청구했다. FDA가 특허분쟁 중인 키트루다SC를 허가하면서 MSD가 할로자임과의 특허소송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송이 끝날때까지 알테오젠은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 같은 국내 대기업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알테오젠이 특허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면 다양한 시너지는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바이오 섹터와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신약이다. 국내 기업 중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성공한 곳은 없다. 그러다 보니 신약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 가치는 평가절하돼 있다”며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주가를 비롯한 기업가치는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