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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1억원 사진’ 위법 수집? ‘위수증’ 주장이 그를 구할까?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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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1억원 사진’ 위법 수집? ‘위수증’ 주장이 그를 구할까?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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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에 현금 상자 사진을 보낸 뒤 재가공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에 현금 상자 사진을 보낸 뒤 재가공한 이미지.


“서울 gogo : 권성동 의원 점심(63빌딩 ○○○) → 큰거 1장 support.”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2022년 1월5일 다이어리 문구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아무개씨는 상자 안에 현금 1억원을 빼곡히 넣고 보자기로 포장한 사진을 남편에게 보냈다. 당일 오후 2시40분께 윤 전 본부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영장 청구서에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청렴의무를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공여자인 윤 전 본부장은 건넨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현금 상자 사진과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 메모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문제는 윤 전 본부장이 이 증거들을 두고 위법하게 수집돼 무죄라는 주장을 펼친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이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위수증), 즉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로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윤 전 본부장 쪽은 앞서 검찰이 건진법사-김건희 여사 금품 의혹 수사를 위해 다이어리 메모와 현금 상자 사진을 압수했는데, 특검팀이 이를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라는 ‘별건’ 수사에 이용했다고 재판에서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가 통일교로부터 받은 ‘그라프 목걸이’ 등 금품 의혹과 관련해 수집한 증거인데도, 특검팀이 이를 검찰로부터 모두 넘겨받아 권 의원의 1억원 수수 의혹이라는 별도의 사건 수사에 활용했단 취지다. 윤 전 본부장 쪽은 “죄명, (범행)일시, 대상자가 다른 사건인데도 ‘통일교’와 관련이 있다는 하나만으로 무한정 (수사 대상을) 확장하는 건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고 주장한다.



윤 전 본부장 쪽의 이런 주장은, 권 의원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도 이어졌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권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위법 수집 증거에 대한 부분은 진술을 거부하는 게 제 재판에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증인신문이 10여분 만에 종료됐다. 지난 1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 재판에서도 이런 이유로 “공소사실 부인하고 진술 거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 쪽도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를 가지고 증인(윤영호)에 대해서 추궁해 피고인(권성동)에게 정치적으로 (1억을) 교부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상황인데 사실 자체가 관련성이 없다”며 “절차가 위법하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권 의원과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사건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반박한다. 크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통일교의 청탁이 핵심이고, 이를 위해 통일교 쪽이 김 여사와 권 의원에게 ‘투트랙’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범행 동기와 경위가 같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관련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나 구속적부심에서도 위수증 주장이 나왔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검찰 수사 내용을 인계받아 수사하도록 규정한 특검법에 따라 남부지검 압수물과 증거기록을 그대로 넘겨받아 수사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위수증 주장의 정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이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할 법리적 판단의 문제지 수사관 진술로 확인할 건 아니다”라며 윤 전 본부장 쪽의 증인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꼭 안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달 3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가 “(청탁금지법 압수 자료가 권 의원 사건과) 무관한 증거라고 판단했느냐”고 묻자 남부지검 수사관은 “당시 사건 진행 중이라 무관하다고 판단하기 일렀다”고 답했다. 40여분에 걸친 양쪽 신문이 모두 끝난 뒤엔 “기록으로 사실관계가 다 나온 거라 판단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증거 수집의 위법성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는 사건인 만큼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들어 법원이 위수증 등 절차적인 부분을 까다롭게 보고 있어 혐의가 있어도 무죄로 판결한 사례가 꽤 있다”며 “과거 권 의원이 무죄를 받은 강원랜드 채용 청탁 사건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의 결심공판은 5일 열리고 다음달쯤 선고가 이어진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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