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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 결혼정보업계의 딜레마... "조건은 까다로워지는데 결혼 본질에선 멀어져"

아주경제 강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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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 결혼정보업계의 딜레마... "조건은 까다로워지는데 결혼 본질에선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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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랜베리 제공]

[사진=클랜베리 제공]



최근 결혼정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고학력·고소득 전문직들의 결혼 조건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조건의 성격에 따라 매칭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학력, 소득, 직업 등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조건들은 상대적으로 맞추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외모나 성격처럼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는 조건들은 매칭 성사가 훨씬 어렵다. 특히 외모의 경우 개인의 취향차이가 크고, 성격 역시 실제 만나보기 전까지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근 10여년간 노블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해온 클렌베리 결혼정보회사의 오혜진 매칭 총괄 이사는 "최근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조건은 외모와 직업"이라며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 문화의 영향으로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상대방의 조건들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노블 회원들이 제시하는 조건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과거 3-4가지였던 조건이 이제는 외모, 직업, 학력, 성격, 가족 배경, 라이프스타일까지 7-8가지로 확대됐다. 문제는 조건이 늘어날수록 모든 것을 만족하는 상대를 찾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주관적 조건들이 매칭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객관적 조건은 데이터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외모나 성격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변화 중 하나는 고객들이 제시하는 조건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기가 상대적으로 단순했던 반면 현재는 정보가 넘쳐나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와 조언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조건'을 자신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현상이다.

클렌베리 오혜진 이사는 "요즘 상담에서는 '왜 그 조건이 중요한가?'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며 "복잡한 사회에서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함께 차근차근 탐구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선택보다 사회적 기준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아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계에서 더 심각하게 보는 문제는 결혼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많은 고객들이 결혼을 완성된 하나의 상태로 여기거나, 원하는 것을 얻는 성취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오혜진 이사는 "결혼은 완성된 상태가 아닌 지속되는 삶의 새로운 형태"라며 "결국 내 삶과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해서 본질에서 멀어지는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건은 맞아들었지만 결혼 후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결혼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 일부 결혼정보회사들은 기존의 단순한 조건 매칭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발견해나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오 이사는 "상담에서는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고객분들이 스스로 '내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이성을 만나야 할까? 오 이사는 상대방의 현재 조건뿐만 아니라 '삶의 궤적’을 유심히 보라고 조언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얼마나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지고 현재까지의 삶을 이끌어왔는지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답인 삶은 없지만, 얼마나 자신만의 인생의 답을 찾아왔는지가 중요하다"며 "삶은 쌓이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현재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성이 자신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성취'에서 '가치'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다만 이런 변화가 혼자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 이사는 "많은 분들이 이미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답을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그것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확신하는 데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을 단순히 원하는 것을 얻는 성취가 아닌,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선택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복잡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찾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결혼정보업계 역시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고객들의 현명한 선택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아주경제=강민선 기자 mingtu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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