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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과 구독 경제 배터리 족쇄 푼 전기자전거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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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과 구독 경제 배터리 족쇄 푼 전기자전거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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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공유 모빌리티 기업 지바이크가 국내 최초로 배터리 구독형 전기자전거 서비스 그라인드(GRIND)를 정식 출시했다고 5일 밝혔다. 단순히 신제품을 내놓은 차원을 넘어 전기자전거 시장의 가장 큰 진입장벽인 배터리 소유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전기자전거 시장은 기체 가격의 절반에 육박하는 고가의 배터리가 소비자의 발목을 잡아왔다. 배터리 1개 가격만 50만~60만원을 호가하는데 주행 거리가 많은 배달업 종사자라면 최소 2개 이상을 구비해야 해 초기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지바이크는 이 문제를 구독 모델(Subscription)로 풀어냈다. 소비자가 비싼 배터리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월 구독료만 내면 충전된 배터리를 무제한으로 교체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만의 고고로(Gogoro)가 전기 스쿠터 시장에서 성공시킨 배터리 교환 시스템(BSS)을 자전거 시장에 이식한 것으로 하드웨어 판매 중심이던 모빌리티 시장이 에너지 서비스업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적 유인은 명확하다. 부업 라이더는 월 19000원 준전업 라이더는 28000원 전업 라이더는 35000원이면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초기 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배달 시장과 출퇴근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배터리 화재 공포에도 기술적으로 대응했다. 그라인드는 개인이 집 안에서 충전하는 방식을 원천 차단하고 전문 관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배터리 스테이션에서만 충전하도록 설계했다. 삼성SDI 배터리셀을 적용해 신뢰도를 높였으며 사용자의 관리 부주의로 인한 화재 리스크를 시스템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전용 자전거인 그라인드 기체 성능도 배달 시장의 거친 주행 환경에 맞춰졌다. 접이식 자전거에서 종종 발생하는 프레임 절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 일체형 설계를 적용했고 승하차가 잦은 배달원의 특성을 고려해 하단 언더본(Underbone) 프레임을 채택했다. 폭우 속에서도 주행 가능한 IPX6 방수 등급과 500W 모터 출력을 갖춰 겨울철 언덕길 주행 성능도 확보했다.

지바이크는 지난 8월부터 진행한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품질 검증을 마치고 서울 강남 서초 마포 서대문 관악 구로와 경기 안산시에서 서비스를 가동 중이다. 이달 중 송파 용산구로 서비스 구역을 확장하고 2026년 상반기에는 서울 남부권 전역으로 커버리지를 넓힐 계획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 제공을 넘어 에너지 구독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모빌리티 업계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 판도를 어떻게 흔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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