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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매단 관…세계 ‘죽음’ 기행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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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매단 관…세계 ‘죽음’ 기행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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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장례 여행 l YY 리악 지음, 홍석윤 옮김, 시그마북스, 2만8000원

세계 장례 여행 l YY 리악 지음, 홍석윤 옮김, 시그마북스, 2만8000원


계곡 절벽 곳곳에 수천개의 관이 매달린 기괴하고도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필리핀 루손섬 북부 산맥에 자리 잡은 외딴 마을 ‘사가다’. 이곳에 사는 이고롯족은 석회암 절벽에 장례를 치르는 독특한 풍습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죽은 사람을 높은 곳에 매달아 놓으면 홍수와 동물로부터 주검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죽은 사람이 조상의 영혼에 더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한때 필리핀 전역에 이런 풍습이 있었지만, 스페인으로부터 16세기부터 300년간 식민 지배를 받으며 대부분 사라지고 외딴 마을에만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 장례 여행’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싱가포르인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례 풍습을 탐구하는 책이다. 각국의 흥미로운 주검 매장 방식과 추모 의식부터 사형수의 최후의 만찬 등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알차게 담았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그렇게 눈을 돌리고 싶은 죽음이 우리 삶과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주검을 관에 넣고 땅에 묻는 매장 방식은 토양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미국에선 매년 방부처리액 1600만리터, 목재 4만7000㎥, 강철 6만4500톤이 땅속에 묻힌다. 금속관은 철, 구리, 납 등을 땅속으로 침출시켜 토양을 오염시킨다. 이 때문에 친환경적 매장을 실천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버드나무로 짠 관에 안치해 자연적으로 부패하도록 하거나, 유해를 동결 건조해 집 뒷마당에 심은 ‘추모 나무’의 비료로 쓰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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