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생명 유지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심장은 하루에 평균 10만 번 뛰며 온몸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한다. 심부전은 생명 유지의 핵심 역할을 하는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제대로 펌프질을 하지 못해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걷기, 계단 오르기, 물건 들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 크게 어려워지고 삶의 질도 급격히 떨어진다. 심부전은 심각한 질환이지만 완치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다른 만성질환처럼 약물치료, 생활 습관 개선, 기구 치료, 수술 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 있다.
심부전은 대표적인 노년기 질환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유병률 역시 증가하고 있다.
대한심부전학회 ‘심부전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약 4.4배 늘었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유병률은 급격히 상승해 50대 2.5%, 60대 6.3%, 70대 12.9%, 80살 이상에서는 26.5%에 달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차… 화로 오해하기 쉬운 증상
심부전은 장기간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판막질환, 심근증, 부정맥 등 다양한 원인이 누적돼 생긴다. 이런 질병들이 심장 수축력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심장 구조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초기에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크기가 커지는 ‘보상 작용’이 나타난다. 또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은 더 좁아지고, 신장은 소변으로 배출해야 할 염분과 수분을 오히려 보유해 혈액량을 늘리기도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혈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심장에 과부하를 일으켜 심부전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보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병을 숨길 뿐이며, 결국 보상 기능이 한계에 도달하면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초기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누우면 숨쉬기 어렵고, 다리·발 부종이나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피로감, 식욕 감소, 복부 팽만감, 야간 빈뇨, 기억력 저하 등도 주요 신호다.
문제는 노년층의 경우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노화나 피로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희정 교수는 “이런 가벼운 증상도 심장 기능 저하를 알리는 경고일 수 있다”며 “흉부 X선과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단하고 빠르게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부전은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르고, 체온 유지를 위해 심장은 더 강한 펌프 작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소비와 심장 부담이 증가해 심장 기능이 약한 환자에게는 위험 요소가 된다.
특히 노년층 심부전 환자는 겨울철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출 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보온을 철저히 하고,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황 교수는 “체온 관리와 더불어 짠 음식과 국물 섭취를 줄이고, 수분 섭취를 적절히 조절하며 체중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독감·폐렴 백신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부전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심부전 치료의 핵심은 ‘손상된 심장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 기능을 효과적으로 보조하는 것’에 있다. 치료의 기본은 약물이다. 이 약물은 마치 심장의 짐을 덜어주고 힘을 보태주는 ‘보조제’처럼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이뇨제는 몸속에 쌓인 수분을 빼내서 심장이 밀어내야 할 혈액량을 줄여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ARNI 복합제’나 ‘ACE 억제제’는 혈관을 넓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기 쉽게 만들어 심장이 힘을 덜 쓰도록 도와준다.
이 밖에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거나 과도하게 일하는 것을 막아 심장을 보호하고 쉬게 해주는 베타 차단제, 심장에 해로운 물질의 작용을 막고, 몸의 수분과 염분 균형을 조절하는 알도스테론 수용체 차단제 등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원래 당뇨약으로 개발되었던 SGLT2 억제제가 심장 기능을 직접 개선하고 심부전 악화를 막는 데 효과가 있어 중요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심장 기능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료 기기나 수술의 도움을 받는다. 먼저 기기 치료로는 심장이 박자를 놓치지 않고 규칙적으로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장 재동기화 치료(CRT) 장치가 있다. 또 다른 장치인 삽입형 제세동기(ICD)는 심장이 갑자기 위험한 속도로 뛸 때 이를 감지해 전기 충격을 주어 정상 박동으로 되돌려놓는다. 가장 심각한 단계에서는 인공심장을 달거나 심장 이식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부전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꾸준한 관리를 통해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 기능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재발하거나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짠 음식 피하기, 적정 체중 유지, 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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