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무역수지 3년 연속 적자
비싼 국산 김치는 해외로 수출
값싼 중국산 김치 수입량 '최대'
최근 언론에서 '김치 무역수지 적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김치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서며 3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인데요.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이 적자는 수출입 불균형을 넘어 국내 김치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반찬입니다. 물론 '김치 소비가 많으니 수입도 많을 수 있지 않나'라는 단순한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값싼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국산 김치를 해외에 비싸게 판매하는 대신 정작 국내에서는 싼 중국산 김치를 더 많이 먹고 있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김치 없인 못 살아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외국산 김치는 총 24만9103톤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22만2057톤) 대비 12.2%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국산 김치 수출량은 3만6505톤에 불과했습니다. 수입량이 수출량의 7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 추세라면 연간 수입량은 35만톤에 육박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싼 국산 김치는 해외로 수출
값싼 중국산 김치 수입량 '최대'
/그래픽=비즈워치 |
최근 언론에서 '김치 무역수지 적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김치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서며 3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인데요.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이 적자는 수출입 불균형을 넘어 국내 김치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반찬입니다. 물론 '김치 소비가 많으니 수입도 많을 수 있지 않나'라는 단순한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값싼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국산 김치를 해외에 비싸게 판매하는 대신 정작 국내에서는 싼 중국산 김치를 더 많이 먹고 있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김치 없인 못 살아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외국산 김치는 총 24만9103톤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22만2057톤) 대비 12.2%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국산 김치 수출량은 3만6505톤에 불과했습니다. 수입량이 수출량의 7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 추세라면 연간 수입량은 35만톤에 육박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수입 물량은 6.8배나 많지만 금액 격차는 크지 않습니다. 올해 1~9월 김치 수출액은 1억2558만달러(약 1850억원), 수입액은 1억4359만달러(약 211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차이는 약 26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성장세도 대조적입니다. 수입액은 1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수출액은 4년간 2%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처럼 김치 수출입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결국 '가격' 때문입니다. 김치 수입 물량에서 중국산 비중은 99%에 달합니다. 사실상 전부 중국산이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죠. 업계에서는 중국 김치 공장이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김치를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중국산 배추김치의 ㎏ 당 평균 가격은 1700원으로, 국산 배추김치(3600원)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국산 김치가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중국산 김치를 먹기 시작했을까요. 김치 수입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였습니다. 2003년 이전까지만 해도 김치 수입량은 연간 3만톤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200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이후 기상 변화로 국산 배추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가격이 안정적인 중국산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유통 '상품 김치' 중 수입산 비중은 38.9%입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김치 10개 중 4개는 수입산인 셈입니다. 물론 수입 김치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비중은 현저히 작습니다. 가정 내 수입 김치 구매 비중은 5.4%로 낮은 편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경기 침체·물가 상승 탓에 저렴한 수입 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김치는 무조건 국산'이라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외식업계의 수입 김치 사용 비중은 더 높습니다. 수입 김치 유통량의 62.2%가 식당에서 소비됩니다. 기본 반찬을 무료로 제공하는 외식업 특성상 식당들은 가격이 낮은 중국산 김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배춧값이 안정됐음에도 완제품 김치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원재료·인건비·물류비 등 제조 비용이 동반 상승한 탓입니다. 결국 가격 부담을 줄이려는 업계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값싼 수입산 김치로 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신뢰도 문제
중국산 김치의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김치 전반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생'입니다. 2021년 중국 김치공장의 비위생적 제조 과정이 알려진 이른바 '알몸 김치 파동'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당시 수입량도 감소했죠.
두 번째는 '원산지 표기 조작'입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적발된 수입 김치의 원산지 거짓 표시는 365개소, 미표시는 82개소였습니다. 원산지만 제대로 표기돼도 소비자 불신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배추·무·고춧가루 등 김치 핵심 원재료의 수입까지 급증하면서 '국산 김치'의 의미도 흐려지고 있습니다. 올해 9월 누적 기준 배추 수입량은 1만6955톤으로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습니다. 무는 6배, 고춧가루는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량을 넘어섰습니다. 이 수치는 국내에서 제조한 김치라도 원재료 상당 부분이 외국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상푸즈USA가 운영하는 대상 LA 김치공장에서 직원들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
전문가들은 김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원재료 국산화 비율 확대가 필수라고 지적합니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배추·고춧가루 등 원재료 국산화 없이는 김치 산업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업계와 정부도 국산 김치 소비 확대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김치협회는 6개월 이상 수입 김치를 쓰던 외식업체가 국산 김치로 전환하면 구매 금액 일부를 지원하는 '외식업체 김치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외식과 급식 시장에서 수입산에 밀리는 국산 김치의 입지를 되찾기 위한 조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도 배추나 고추 같은 원재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위생 환경에서 만들어지는지가 가장 큰 우려"라며 "소비자들은 위생과 생산 과정이 확인된 국내 제조시설에서 만든 국산 제품을 상대적으로 더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외식업체가 비용 부담 때문에 저가 중국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선택이 쌓이면 결국 소비자 신뢰 하락이라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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