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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알박기? AI 붐에 美서 '유령 데이터센터' 문제라는데···[글로벌 왓]

서울경제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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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알박기? AI 붐에 美서 '유령 데이터센터' 문제라는데···[글로벌 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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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난에 전력 선점 경쟁 과열
'허수' 데이터센터 건설·전력 신청↑
요건 강화에 신청건수 60% 증발도
수급 예측 왜곡·전기요금 상승 유발


미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실체 없이 전력 사용 신청만 남발하는 이른바 ‘유령 데이터센터(Ghost Data Center)’가 횡행하고 있다. 전력 공급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전력 선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전소 건설 계획 혼선과 전기요금 상승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의 전력회사인 ‘AEP오하이오’가 데이터센터 전력 신청 요건을 강화한 뒤 전체 신청 건수의 60%가 사라졌다. 당초 원자력발전소 30기 분량에 달하는 3000만 킬로와트(㎾) 이상의 전력 사용 신청 90건이 몰렸으나, 재정 능력 증명 등 검증을 강화하고, 계약 전력의 85%에 해당하는 요금 지불을 의무화하자 신청 건수는 36건, 총 전력양은 1300만 ㎾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이 같은 ‘허수’는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건설 기간의 불일치가 심각한 미국의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의 건설 기간은 통상 2년 정도지만, 발전소나 변전소 등 전력망 구축에는 7~10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전력 공급 조건이 좋은 부지를 선점하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안으로 일단 전력 사용권부터 확보하는 ‘알박기식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최대 밀집지인 버지니아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역 전력회사인 도미니언에너지는 현재 원전 47기 분량인 4700만 ㎾ 규모의 전력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닛케이에 따르면 이 중 절반 이상은 실제 건설 여부가 불투명한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의 PG&E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10년 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치를 1000만 ㎾에서 960만 ㎾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의 빅테크 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동산 투기 자본까지 데이터센터 개발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이에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서한을 보내 “투기적 계획을 억제하고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령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급 예측을 왜곡하고, 전기요금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오하이오주와 버지니아주의 지난 9월 전기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12% 급등해 미국 전체 평균 상승률(7%)을 크게 웃돌았다. 과도한 가 수요가 인프라 비용을 끌어올리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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