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옆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이재명 정권을 향해 국민의 레드카드를 들어주십시오.”(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민을 짓밟는 정권에 레드카드를 함께 꺼내주십시오.” (3일 윤석열 전 대통령)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1년 입장문에 레드카드라는 표현이 등장하자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의 메시지가 최근 눈에 띄게 흡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이 ‘윤어게인’ 등 강성 보수층을 공통의 지지 기반으로 삼아 공생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변호인단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입장문에서 “지금은 불의하고 부정한 독재정권에 맞서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며 “레드카드를 함께 꺼내달라”고 했다. 레드카드는 장 대표가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일종의 슬로건처럼 쓴 표현이다. 장 대표는 전국 6개 지역에서 “국민들이 레드카드를 뽑아 들어야 할 때”라고 반복적으로 외치며 레드카드를 총 10회 언급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서정욱 변호사는 4일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전광훈 목사까지 우파 세력이 장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이재명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들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장동혁 지지 선언을 한 것” “윤 전 대통령이 장동혁 중심으로 똘똘 뭉치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전날 스레드에 “윤 전 대통령이 장 대표의 표현과 같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줄 것과 하나 되어 전진해 줄 것을 강조했다”며 “하나 되어 이기는 길로 나아가자”고 적었다. 이를 두고 당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된 강성 보수층의 지지가 필요한 장 대표와 보수 정치권에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윤 전 대통령이 서로가 필요한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 역시 윤 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9월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대법원판결을 언급하며 “결국 북한의 지령대로 공수처가 만들어졌고, 좌파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이 정권은 그동안 간첩죄의 개정을 가로막아서 중국 간첩들이 활개 치게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전날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간첩법의 적용 확대를 반대하며 대한민국은 스파이 천국이 되고 있으며, 북의 지령을 받은 민노총 간부 등의 간첩 활동이 활개 치고 있다”고 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간첩죄 개정안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통과해 장 대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장 대표가 전날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밝힌 것도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정당화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 대표가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어게인 등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추는 행보를 이어가며 당내 우려는 커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을 자꾸 소환하는 듯한 그리고 계몽령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야기는 당대표로서 해선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한 중진의원은 “장 대표가 자신을 당대표로 만든 강성 지지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당으로선 지선을 치르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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