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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전, 온오프라인 판매 감소에도 ‘구독’ 모델로 시장 방어

조선비즈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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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전, 온오프라인 판매 감소에도 ‘구독’ 모델로 시장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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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감소에도 가전·TV 사업 체급을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유지했다. 전통적인 판매 방식인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준 매출을 ‘구독 모델’로 만회하면서 시장 방어 측면에서 성과를 올린 덕분이다. 냉장고·세탁기와 같은 대형 가전까지 아우르는 구독 사업 모델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좀처럼 성공 사례를 찾기가 어려워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NIQ)의 ‘GfK 마켓 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TV 시장 매출은 85억달러(약 12조4865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온라인 채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39억달러를, 오프라인 매출도 3.9% 준 36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 기간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87억달러) 대비 2.3%만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구독 모델을 도입한 국내 가전 업체가 시장 방어 측면에서 성과를 올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통상 가전과 수요를 같이 하는 세계 TV 시장(금액 기준) 규모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NIQ 조사에서 국내 구독 시장 매출은 올해 상반기 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과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전통적인 판매 채널에서는 수요 감소가 나타났지만, 가전·TV 구독 상품 판매는 줄지 않은 셈이다.

NIQ는 작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한 가전·TV 구독 매출을 오프라인 채널에 포함해 조사했다. 오프라인 채널 매출은 작년 4분기 20억달러에서 올 1분기 22억달러로 성장했다. 올 2분기에도 전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반면 올 2분기 온라인 채널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2억달러 감소한 19억달러에 그쳤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올해 초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례적인 상황에 따른 악영향을 고려하면 국내 가전·TV 업체는 올해 상반기 시장 위축에 잘 대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LG가 만든 ‘가전 구독’ 시장, 삼성 합류로 판 커져

국내 시장에 안착한 가전·TV 구독 모델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기업으로선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동시에 ‘유지·관리’란 새로운 형태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프리미엄 제품을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국내 가전·TV 구독 시장은 사실상 LG전자가 개척해 안착시켰다. LG전자는 2009년부터 정수기 렌탈(대여) 사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지난 2022년 대형 가전으로 확대했다. 2023년에는 ‘렌탈’이란 명칭을 ‘구독’으로 변화, 단순히 제품을 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리·유지해 주는 ‘케어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LG전자는 현재 주기마다 구독 제품을 관리해 주는 약 4000명의 ‘케어 매니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도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노트북뿐만이 아니라 튀김 요리용 제조 로봇·전자칠판 등 기업간거래(B2B)로 확장해 현재 약 300개에 달한다. LG전자 베스트샵·온라인브랜드샵·백화점·전자랜드·홈플러스·이마트 등 구독 상품 판매 채널도 다각화하며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의 구독 사업 매출은 2020년 5910억원에서 2024년 1조 92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1조8900억원을 기록하며 ‘연 매출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국내 가전·TV 구독 시장은 작년 12월 삼성전자가 합류하면서 궤도에 오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대형 가전에서 시작한 구독 모델을 지난 1월 모바일로 확대했다. 지난 9월에는 제품 설치부터 사후서비스(AS)까지 포함하는 구독 고객 전용 상품인 ‘블루패스’를 도입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독 대상 제품도 꾸준히 늘려 현재 21개 품목(가전 17개·IT 4개)에서 총 410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 “해외선 찾아보기 힘든 성공 사례”

국내 가전·TV 구독 모델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IFA 2026 한국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구독 모델은 현재 시장에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주요 사업이라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제품에 투자할 의향이 없던 소비자도 관심 보일 수 있게 만드는 합리적인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아 성장의 한계가 나타났다고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구독 모델은 전체 매출에서 다시 프리미엄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의 일부 업체에서도 구독 모델을 도입했지만, 한국의 사례처럼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교적 소득이 높지 않은 젊은 소비자층에게 가전·TV 구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TV·냉장고와 같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에도 케어 비용이 붙고 있다는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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