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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천하 흔드는 빅테크들…"누가 이기든 K반도체 수혜"

중앙일보 김인경.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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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천하 흔드는 빅테크들…"누가 이기든 K반도체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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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올해 출시한 7세대 텐서프로세서장치(TPU) 아이언우드의 모습.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발표한 최신 칩 트레이니움3는 자사 클라우드 내에서만 쓰인다. 반면 구글은 TPU의 본격적인 외부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구글

구글이 올해 출시한 7세대 텐서프로세서장치(TPU) 아이언우드의 모습.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발표한 최신 칩 트레이니움3는 자사 클라우드 내에서만 쓰인다. 반면 구글은 TPU의 본격적인 외부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구글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한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칩인 TPU(텐서처리장치)를 메타가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지난 2일(현지시간)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신형 칩 ‘트레이니움3’를 공개했다. AWS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비용 효율이 높다”고 강조하자 시장에서는 탈(脫)엔비디아 우려가 확산됐다.

특히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주요 협력사로 주목 받아 온 만큼,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경우 주가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AI 거품론’으로 미국 기술주가 휘청이면서 장중 고점 대비 각각 7.31%, 16.09% 하락했다.



GPU 독주 체제에 TPU가 쏘아 올린 공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TPU를 비롯한 맞춤형 반도체(ASIC·특정 기능만 빠르게 처리하도록 맞춤 설계된 전용 반도체)의 확산이 한국 반도체주의 주가 반등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엔비디아 대 반(反) 엔비디아’ 구도가 아니라, 여러 칩이 역할을 나눠 담당하는 ‘멀티칩 시대’의 전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칩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AI 인프라 전체 파이가 커질 거라는 분석이다.

현재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은 부족하고 가격은 비싼 독점 구조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GPU 의존도를 낮추고자 각자 전용 칩을 개발해 왔다. 구글의 TPU가 대표적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글 TPU 칩을 메타가 사서 쓰게 되면 엔비디아 중심 시장에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기회 더 커지나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빅테크 간 AI 칩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은 유리하다. HBM은 GPU뿐만 아니라 TPU·트레이니움 등 ASIC에도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초기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이익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희창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칩 경쟁의 핵심은 메모리 속도, 용량을 높여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SIC 시장의 확대는 HBM4뿐 아니라 범용 D램 수요까지 키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현재 증권가가 내놓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각각 13만6769원, 74만6154원으로 현재가 대비 30.1%, 37.6% 높다.



공급망 수혜주는 어디



맞춤형 칩 확산은 국내외 AI 인프라 공급망(밸류체인) 전반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칩 구조가 복잡해져 필요한 부품과 서비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TSMC(대만·파운드리), 브로드컴(미국·ASIC 설계), 루멘텀(미국·광모듈), 셀레스티카(미국·네트워크 장비)와 국내기업인 이수페타시스(고다층 PCB)를 유력 수혜주로 꼽았다.

ASIC이 단기간에 GPU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SIC이 특정 연산에 최적화된 ‘전동 드라이버’라면, GPU는 거의 모든 작업을 소화하는 ‘만능 공구’에 가깝다. 결국 GPU가 뼈대를 담당하고 ASIC이 특정 영역을 보완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ASIC의 부상은 엔비디아의 독점력에는 분명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희창 매니저는 “TPU가 확대돼도 시장이 GPU에서 TPU로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두 축이 나란히 커지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또한 “쿠다(CUDA, 엔비디아의 컴퓨팅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해 놓은 진입장벽이 아직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가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주요 빅테크들의 ‘AI 서비스’ 출시 계획 ▶AI 추론량 증가 ▶내년 1월 발표될 빅테크 설비투자(CAPEX) 전망치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화 전환 사례 등을 꼽았다.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은 “1월에 나올 빅테크의 내년 설비투자 전망이 시장 기대(눈높이)를 더 올릴지 떨어뜨릴지가, 앞으로 주가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인경·김경진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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