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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소시장 선점하는데 한국은… “R&D보다 수요 창출이 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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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소시장 선점하는데 한국은… “R&D보다 수요 창출이 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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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플레어 장애…LoL·퍼플렉시티·리멤버 등 접속 오류
세계 첫 수소법 만들었지만
산업화 더딘 탓 후발주자로
中 가격경쟁력에 한계 있어
국내 기술 활용 기회 늘려야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상용 단계 수전해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마련된 국내 첫 설비다. 제주=나주예 기자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상용 단계 수전해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마련된 국내 첫 설비다. 제주=나주예 기자


“연구원들이 중국 출장을 다녀오면 기가 죽습니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혁신이 빠르니까요.”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6회 수소경제와 한국 수소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4시간 넘게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중국이 연이어 언급됐다. 청정수소 생산에서 앞서가는 중국을 상대로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며 수소경제 활성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재는 후발주자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흔들리면서 수소기술 연구개발(R&D)이 산업생산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도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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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622460005089)

중국의 그린수소 생산 기술과 발전 속도는 유럽보다도 크게 앞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설비(수전해 장치 등)와 내부의 저가 공급망으로 완성된다. 그런데 이 공급망이 해외에선 작동하지 않고, 수전해 장치 역시 부피가 커 수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 밖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경수 에기연 수소에너지연구소장은 “초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국내 제품에 대해 생산단가 차이를 보조하고, 국내 수소기술이 활용 실적(트랙 레코드)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유럽수소은행’을 시범 운영하며 역내 생산된 그린수소에 장기 보조금을 지원하는 ‘고정 프리미엄’을 도입했다.

11월 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6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11월 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6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수요 창출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로 산학연이 참여하는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실증 계획을 내놨다. 청정수소의 안정적 생산 기반을 확보해 산업 탈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시도이나, 생산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져야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지적이다.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철강, 석유화학 분야의 수요가 분명해져야 장기 투자가 진행되고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며 “정부가 수소 수요 핵심산업 발굴과 함께 활용을 위한 운송 인프라 구축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