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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中 이해조율 ‘링커’… 지정학적 민첩성 갖춰야”

동아일보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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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中 이해조율 ‘링커’… 지정학적 민첩성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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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25]

세계적 지정학자 프리드먼 회장

“韓, 美와 안보동맹 강화 동시에… 경제적으로 중국 배제해선 안돼

中 이후 생산기지, 남미가 될 듯… 리스크 다변화 전략 짜야할 것”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 퓨처스 회장(연단 위 왼쪽)이 강연 후 문정빈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 퓨처스 회장(연단 위 왼쪽)이 강연 후 문정빈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아니라 양쪽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핵심 ‘링커(linker)’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끊임없이 전략을 수정하는 ‘지정학적 민첩성’만이 한국을 번영으로 이끌 수 있다.”

세계적인 지정학 분석가이자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 퓨처스 회장은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에서 현재의 국제 정세를 “과거의 규범이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과도기”라고 정의했다. 1945년 이후 성립된 브레턴우즈 체제와 냉전의 지정학은 끝났고 바야흐로 ‘각자도생’과 ‘재정렬(Re-alignment)’의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시대에 한국의 생존 무기는 이념이 아닌 ‘민첩성’이라며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리스크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짤 것을 강조했다.

● “韓, 미중 사이 ‘유연한 줄타기’ 필요”

프리드먼 회장은 먼저 미중 관계가 파국보다는 봉합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고립을 오래 감당할 수 없다”며 “중국은 경제적 필요에 의해 미국에 접근하려 할 것이며 이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의 핵심으로 ‘이중 트랙(dual track)’을 주문했다. 안보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 회장은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유일한 힘이지만 한국 경제의 모든 것을 책임지지는 않는다”며 “미국과 긴밀한 군사적 관계를 유지하되 중국과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지속하는 ‘유연한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수출 강국 40년 주기설’을 제시하며 한국 기업들의 과감한 시장 다변화를 촉구했다. 프리드먼 회장은 “1890년대 미국, 1950년대 일본, 1980년대 중국으로 이어진 수출 주도 성장의 흐름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국 다음의 생산 기지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특정 기술, 특정 국가에만 역량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하다”며 “전통 산업과 신산업의 조화, 남미와 아세안 등으로의 시장 확장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정학적 지능(GQ) 갖춰야 기회 올 것”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쟁은 한국이 쌓아 올린 경제적 성취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력의 쇠퇴로 북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프리드먼 회장은 리더들에게 “지도자의 성격에 집착하지 말고 국가의 지정학적 현실을 보라”고 당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친 언사는 상대 국가를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며 “미국이라는 국가가 처한 지리적·경제적 제약 조건과 필수 과제를 분석하면 미국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이 아닌 차가운 지정학적 지능(GQ)을 갖출 때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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