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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다!” 우크라男, 불심검문 징집관 살해…강제동원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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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다!” 우크라男, 불심검문 징집관 살해…강제동원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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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전사자 묘역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항공정찰부태 ‘바라쿠다’ 소속 아르투르 발친스키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조명탄을 들고 있다. 2025.11.28 키이우 AFP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전사자 묘역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항공정찰부태 ‘바라쿠다’ 소속 아르투르 발친스키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조명탄을 들고 있다. 2025.11.28 키이우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징집 대상자를 연행하던 군 징집관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선의 병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강제징집이 계속되는 가운데, 커질 대로 커진 반발심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징집관 향한 흉기 공격…동료 장교들도 부상
우크라군 “단순 갈등 아닌 무장 저항” 규정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서부작전사령부는 전날 징집관 한 명이 불심검문 중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군에 따르면 유리 본다렌코라는 이름의 징병장교는 르비우 중심가 거리에서 징집 대상자인 남성을 연행하려다,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남성은 서류 제시를 거부하며 장교의 사타구니를 찌른 뒤, 현장에 있던 다른 징집관들의 머리를 둔기로 가격하거나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도주했다.

용의자를 추적한 우크라이나 경찰은 같은날 37세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을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해나 징집 사무소와의 갈등이 아닌 무장 저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일부의 실수가 계엄령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발 가짜뉴스?”…우크라서도 현실로 인정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서부작전사령부는 전날 징집관 한 명이 징집을 위한 불심검문 중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칼. 2025.12.4 우크라 경찰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서부작전사령부는 전날 징집관 한 명이 징집을 위한 불심검문 중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칼. 2025.12.4 우크라 경찰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계엄령과 함께 전국적 총동원령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27~60세 남성은 모두 강제 징집 대상이 됐다.


초기만 해도 ‘결사항전’ 의지로 귀국까지 하는 남성이 대부분이었으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입대자는 감소했고, 징집 회피를 목적으로 한 신체검사 결과 조작 및 뇌물수수 등 병역비리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3년 전국 24개 지역 병무청장을 전원 해임하고 각지의 모병사무소를 압수 수색을 하는 등 강수를 뒀으나 뚜렷한 변화는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군이 거리에서 남성을 납치하듯 강제 징집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며 사회 분위기는 갈수록 뒤숭숭해졌다.


악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징집 대상 연령을 기존 27세에서 25세로 낮추고, 18~24세 남성에게 무이자 주택담보대출 등 유인책을 제시하며 군에서 1년간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까지 나서서 우크라이나의 강제 징집을 ‘인권 참사’로 지적하며 논란이 일었다.

우크라 강제 징집, 서방언론도 ‘인권 참사’ 지적
성난 민심, 징집관 직접 겨냥…폭력 사태 난무


실제로 현지에서는 징집관들이 길거리·상업시설·주거지에서 군 복무 대상자를 확보하는 일이 빈번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발 가짜뉴스로 치부했으나, 소셜미디어(SNS)에는 징집관이 버스 승객 중 한 남성을 강제로 하차시켜 끌고 가거나, 불심검문을 통해 남성을 연행해가는 장면이 다수 공유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시 스트레스와 사회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소한 마찰이 대규모 폭력으로 번지는 사례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징집관을 겨냥한 직접 범죄가 눈에 띈다.

징집관은 대체로 현역 복귀가 어려운 부상병·전선 복무 경험자들로 구성된다. 전선을 지키다 동원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로 옮겨온 이들은 그러나 폭력의 표적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 10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의 한 도매시장에서는 주민들이 징집관을 집단으로 공격했으며, 비슷한 시기 폴타바에서는 한 남성이 총기를 발사해 징집관 2명이 다쳤다.

전쟁 5년 차…우크라 동원 갈등 악화일로 전망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콘서트장 밖에서 한 남성이 국가경찰에 의해 강제로 징집되어가는 모습. 라디오자유유럽 자료.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콘서트장 밖에서 한 남성이 국가경찰에 의해 강제로 징집되어가는 모습. 라디오자유유럽 자료.


내년이면 5년 차를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첨예한 대립 속에 끝내 종결되지 않고 이어질 경우, 동원 문제를 둘러싼 우크라이나 사회 갈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장기전 피로 누적과 전선 병력난, 민간 남성의 참전 기피 증가, 인권을 무시한 강제징집, 그에 대한 반발이 맞물린 악순환만 반복될 공산이 크다.

현지에서는 이번 르비우 사건이 전시 동원 체계와 사회적 반발 사이의 구조적 균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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