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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재판부· 법왜곡죄, 사법부 압박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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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재판부· 법왜곡죄, 사법부 압박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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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2ㆍ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ㆍ외환 사건 등을 전담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내란특별법)와 판ㆍ검사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판결ㆍ수사하면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 등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사법부가 위헌 소지가 많다며 반대 의견을 여러 차례 내고 당 일각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지만 강행 처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사법쿠데타”(정청래 대표)라며 분풀이라도 하듯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내란 사건 1심 재판부를 믿을 수 없어 신속한 내란 청산을 위해 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하지만 내란특별법이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하고 사법권독립을 침해한다는 위헌 시비로 인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만 낳으며 갈등을 장기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 의도와 달리 이 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 내란 심판 지연은 물론 그 정당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왜곡죄 신설은 내란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운 민주당의 실제 의도를 의심케 하는 법안이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사건 증거를 조작해 재판이나 수사에 사용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법령 적용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부터 사법권 독립을 위축시키는 요소다. 정치적 사안의 경우 법왜곡죄를 덮어씌울 위험성도 상당하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가 사법부 장악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란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 불신을 조장한 뒤 사법 개혁을 내세워 사법부를 장악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가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내용의 사법행정 정상화 3법(법원조직법ㆍ 변호사법ㆍ법관징계법)도 발의했다. 이런 법 하나하나가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이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삼권 분립을 훼손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