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쌍방과실 사고에서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에 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4일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의 심리로 열린 이날 변론에는 자기부담금이 차 사고로 인한 손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피보험자들의 법률대리인과 대형 보험사 측 법률대리인이 참석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참고인으로는 관련 법률을 전공한 교수,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 보험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사건 원고들은 쌍방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자차보험 계약에 따라 차량 수리비 중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자신의 보험자(보험사)로부터 보상받지 못해 상대 차량 보험사들을 상대로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피고들은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6곳이다.
1심은 원고들이 스스로 자기부담금을 부담할 의사로 자차보험을 체결한 만큼 이를 손해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날 공개 변론에서의 쟁점은 자기부담금을 '미전보 손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미전보 손해는 보험금으로 처리되지 않은 손해를 말한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험금 일부만 지급된 사안에서 피보험자는 미전보 손해에 관해 제3자를 상대로 배상책임 이행을 우선해 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날 피고 측은 자기부담금 제도의 목적, 산정 방식 등을 소개하며 해당 청구가 인용될 경우 예상되는 우려 사항을 설명했다.
우선 피보험자들의 무분별한 보험금 청구가 늘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고 측은 해당 청구가 인용되면 사실상 자기부담금 제도가 사라져 피보험자들이 소액 사고에도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고 보험사의 부담이 커져 결국 보험료가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피보험자가 선처리 방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선처리 방식은 피보험자가 자차보험으로 우선 수리를 진행해 과실 비율이 확정되기 전까지 자기부담금을 전액 부담하는 구조를 말한다.
피고 측은 해당 청구가 인용되면 피보험자들은 선처리 방식을 선호하게 돼 과실 비율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사고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현행 방식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자기 과실 비율을 넘어선 자기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시 대부분 선처리 방식을 취하는데 이 경우 운전자의 과실 비율이 100%라는 전제로 자기부담금이 부과돼 과실에 상응하는 액수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덕적 해이 위험이 일부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자기부담금 제도의 정당성, 과실 비율의 산정 등 보험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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