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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그린뉴딜은 사기”…트럼프, 휘발유차 연비규제 완화

중앙일보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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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그린뉴딜은 사기”…트럼프, 휘발유차 연비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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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 완화 방안을 관련 업계와 정치권, 행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 완화 방안을 관련 업계와 정치권, 행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내연기관차 중심의 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확산을 위해 강화했던 규제를 뒤집고 휘발유 차량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새 연비 기준 개편안을 발표하며 “바이든의 그린 뉴딜은 그린 스캠(사기)이고 반경제적 정책이며 가솔린차를 없애려는 목표가 있었다”며 “국민을 세뇌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제조사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연비 최소 기준을 2031년까지 1갤런당 50마일(약 117㎞/ℓ)에서 34.5마일(56㎞/ℓ)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11월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한 주유소에 포드사의 1964년 차량이 주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월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한 주유소에 포드사의 1964년 차량이 주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AFE는 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5년 미 의회가 만들었다. 자동차 연비를 개선해 유가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내연기관 차보다 연비가 높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활용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6월 CAFE 기준을 갤런당 50마일로 올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이를 낮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조치를 바이든 전 대통령이 높여 놓은 자동차 가격 낮추기로 규정했다. 그는 “(바이든의) 정책들은 자동차 제조 비용과 가격을 인상했다”며 “이번 조치로 소비자들이 신차 가격에서 최소 1000달러(약 146만원)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비 기준을 완화하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련 기술에 돈을 덜 써 자동차 가격이 낮아질 거란 논리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3번째)가 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 완화 방안을 환영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3번째)가 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기업평균연비제(CAFE) 규제 완화 방안을 환영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포드와 GM·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강화된 연비 규제로 인한 비용 부담을 호소해왔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는 “오늘은 상식과 감당 가능한 물가(affordability)가 승리한 날”이라며 “이번 조치로 보다 저렴한 차량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감당할 수 있는 저렴한 물가는 지난달 4일 뉴욕시장을 비롯한 지방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내세운 의제다. 고물가로 정치적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속해서 친환경 차량보다 내연기관차에 유리한 정책을 펼쳐왔다. 이미 지난 7월 법을 개정해 CAFE를 위반할 경우 기업이 내야 하는 벌금을 없앴다. 신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연방 세액공제도 폐지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정책이 미국의 기후정책을 후퇴시키고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차에 연방 차원의 우위를 부여한 결정”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정책 중 하나를 사실상 제거했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오 벤토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연비 절감으로 거둘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 비용은 계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요타, 테슬라 등 친환경 기술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기업에는 불리한 조치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장에 소형차 생산을 촉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난 10월 한국·일본 등을 방문한 당시 본 ‘작고 귀여운 차’를 언급하며 “왜 미국에서는 만들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소형차 생산 규제를 즉시 풀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숀 더피 교통부 장관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규제 해제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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