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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범 "한국에서 통일교 간부 대상 범행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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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범 "한국에서 통일교 간부 대상 범행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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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미 "분노의 대상은 통일교"
총기 한국 반입 문제 고려해 포기
아베 아키에 여사와 첫 대면도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휠체어를 탄 채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휠체어를 탄 채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원한을 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법정에서 "한국에서 통일교 간부를 공격하는 것도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통일교에 대한 깊은 분노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전날 일본 나라지방재판소에서 열린 13번째 공판에서 "아베 전 총리를 표적으로 삼기로 결심한 것은 사건 며칠 전이었고, 어디까지나 분노의 대상은 통일교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긴테쓰 야마토사이다이 지역에서 참의원(상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야마가미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야마가미는 통일교의 열렬한 신도였던 어머니가 약 1억 엔(약 9억4,300만 원)을 헌금하며 가정이 파탄 나자 통일교에 대한 복수를 꿈꿨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가 2021년 통일교 관련 단체 행사에 보낸 축하 영상을 본 뒤 통일교 세력 확장의 배후에 그가 있다고 판단해 복수의 대상을 아베 전 총리로 바꿨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가 2023년 1월 10일 일본 서부 나라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나라=교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가 2023년 1월 10일 일본 서부 나라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나라=교도·AP 연합뉴스


야마가미는 그러나 한국 통일교 간부를 노린 범행은 현실적 이유로 포기했다. 그는 "자체 제작한 총기를 한국으로 반입하는 문제나 현지 체류 비용을 고려해 (통일교 간부 살해 계획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보복 대상으로 생각한 통일교 인사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일에 열린 12번째 공판에선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이유가 통일교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사건 전날 나라시 소재 통일교 시설 외관에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선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야마가미가 처음으로 대면해 눈길을 끌었다. 아키에 여사는 유가족 자격으로 피해자 참여제도를 통해 이날 직접 공판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증언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고, 야마가미가 증언대로 이동할 때 아키에 여사를 향해 가볍게 목례하기도 했다. 다만 아키에 여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재판만 묵묵히 지켜봤다. 야마가미는 '유족 측에 사죄의 뜻을 밝힌 적이 없지 않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 내일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통일교 문제를 연구해 온 사쿠라이 요시히데 홋카이도대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야마가미를 수차례 면회한 사쿠라이 교수는 "(야마가미가) '종교에 빠진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은 지옥 같았다'고 표현했다"며 "종교적 학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