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형 신차 연비 목표 갤런당 50.4마일→34.5마일 인하
환경단체 반발…"기름 많이 먹고 오염 발생시키는 차종 많아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3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된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한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031년형 신차의 평균 연비 목표를 갤런당 50.4마일(리터당 21.4㎞)에서 34.5마일(리터당 14.6㎞)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평균 연비는 갤런당 28마일(리터당 11.9㎞) 수준이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기업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연비 규제를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처가 향후 5년간 미국 가계에 총 1090억 달러(약 160조 원)를 절감하게 해 주고 신차 가격이 평균 1000달러(약 147만원) 인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즉각 환영했다. 행사에 참석한 짐 팔리 포드 CEO는 "상식과 경제성의 승리"라고 반겼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 또한 "연비 규제가 실제 고객 수요와 조화를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석유업계를 대변하는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소머스 회장도 "미국 운전자들의 승리"라며 "오늘날 시장의 현실을 인정한 상식적 조처"라고 평가했다.
환경 단체들은 반발했다. 댄 베커 생물다양성센터 기후·교통 담당 국장은 "이번 규제 완화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름을 많이 먹고 더 많은 오염을 발생시키는 차종을 더욱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주유소에서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장을 지낸 지나 매카시도 이번 조처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춰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내연기관·반(反)전기차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신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했다. 또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주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려던 법안을 무력화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동차 관련 규제가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면서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로펌 홀랜드앤드나이트의 로비스트 리치 골드는 WP에 "자동차 산업은 1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현재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GM은 한때 2035년까지 100%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대상을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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