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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에 다시 기회를”…민·관·의료계 뭉쳐 ‘생존 희망’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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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에 다시 기회를”…민·관·의료계 뭉쳐 ‘생존 희망’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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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KOSMOS-II 정밀의료 파트너십 성과 공유회\'에서 코스모스 연구의 주요 참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지난 11월1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KOSMOS-II 정밀의료 파트너십 성과 공유회\'에서 코스모스 연구의 주요 참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4기 암 환자에겐 한 번의 항암 치료 기회라도 황금과 같다. 암의 크기가 커지고 전이될수록 환자가 활용할 수 있는 표준치료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항암 임상연구는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할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암 환자 본인이나 가족 입장에선 망설여질 수도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절차가 복잡하거나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법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선 안전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치료형’ 임상연구 시스템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치료형 항암 임상연구가 있다. 바로 코스모스(KOSMOS) 연구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 의학계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및 국립암센터 등 공공기관, 한국로슈와 한국로슈진단을 비롯한 국내외 9개 제약·진단기업과 협력해 진행 중이다. 2021년 ‘KOSMOS-I’이란 첫 번째 연구를 시작해 현재는 후속 연구인 ‘KOSMOS-II’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애초 목표 환자인 1천 명 중 900여 명의 4기 전이성 고형암·희귀암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이 연구는 국내 최초로 설계 단계부터 실제 임상환경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작동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개인의 유전체에서 암 관련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종양내과 의사(51명)와 병리학자(12명), 생물정보학자(8명), 임상 코디네이터(2명)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의사결정 협의체인 ‘분자종양위원회’(MTB)가 환자별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참여 기업은 기존에 허가된 항암치료제나 임상시험용 의약품, 의료기기 및 디지털 솔루션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기존 항암제를 허가 범위 밖이라도 사용할 수 있어 4기 암 환자에게 추가적인 치료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이 역시 개인의 유전체 검사 결과와 기존 연구·보고 사례 등 근거에 기반해 제안하기에 치료와 연구 모두에서 최대한의 안전성을 담보한다.

그간의 성과 역시 긍정적이다. 참여 환자의 80%가 치료 기회를 받았으며, 중간 집계 결과, 무진행생존기간(암 환자가 질병의 진행이나 사망에 이르지 않고 생존한 기간) 중앙값 3.3개월, 질병조절률 58%를 기록했다. 참여 환자의 35%가 16주 동안 치료를 지속했고 약 10%의 환자는 1년 이상 장기 치료를 이어갔다. 특이 유전자 변이형(ALK 융합 변이)을 가졌던 한 희귀암 환자는 31개월간 장기 생존한 사례도 있다. 일반적인 항암치료 성과에 비해선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들 참여 환자가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거의 없는 4기 암 환자라는 점에선 그 의미가 깊다.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코스모스 연구를 주도해온 이들은 임상시험이 아닌 ‘임상연구’로서 한국형 미래 항암치료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초기 설계부터 해당 연구를 주도한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발전하는 항암치료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의 진료 현장이 “물에 빠진 사람이 앞에 있고 그 옆에 구명보트도 놓여 있지만, 당장 생명을 구할 수 없는 상황과 같다”고 토로한다. 4기 암 환자나 희귀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신약도 늘어나고 치료제 허가 범위 밖에서 치료 효과가 보고된 일부 연구 사례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기존 진료 환경상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료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임상시험 환경이 실제 치료 현장과 일부 괴리된 상황도 지적했다. 임상시험 참여 기회가 수도권 주요 대형병원에 몰려 있는데다 신약 개발 목적의 임상연구는 건강 상태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지역 거주 환자나 건강 상태가 쇠약한 4기 암 환자는 이마저도 소외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 교수는 “기존에 있는 약만 더 잘 활용해도 더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많다”며 “코스모스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약제 하나하나를 허가하는 기존 항암치료 제도 환경을 넘어 이젠 항암치료 전문가들이 한 명의 환자를 위해 모여 최적의 치료제와 치료법을 찾는 새로운 제도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참여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상으로 임상시험용 항암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한국로슈의 메디컬 파트너인 김택로 박사는 “4기 암 환자 한 명에게 한 번의 치료 기회라도 더 제공하기 위해 의료진과 기업, 공공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코스모스 연구가 우리나라 항암치료 환경에 새로운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시도”라고도 강조한다. 실제 항암치료 환경 안에서 환자들에게 적기에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밀의료에 기반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인프라 구축 작업이란 것이다.

김 박사는 “지금은 2차선 도로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노력을 지속하다보면 언젠가는 왕복 10차선, 16차선 고속도로로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세 번째 연구인 KOSMOS-III 기획과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항암치료의 고속도로를 더욱 넓힐 수 있도록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이 더욱 많이 참여해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도 제안했다. 코스모스 연구 참여와 관련해선 대한종양내과학회(ksmo@ksmo.or.kr)에 문의할 수 있다.

김택로 한국로슈 메디컬 파트너가 지난 11월11일 서울 강남구 한국로슈 본사에서 건강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로슈 제공

김택로 한국로슈 메디컬 파트너가 지난 11월11일 서울 강남구 한국로슈 본사에서 건강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로슈 제공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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