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풍상사’로 첫 TV 드라마 주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김민하는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종영 소감을 남겼다. 사진 제공=눈컴퍼니 |
배우 김민하와 ‘태풍상사’ 오미선은 묘하게 자연스러운 궤적을 그린다. 그가 연기한 오미선이 태풍상사 ‘미스 오’에서 어엿한 상사맨이 되어갔듯이 김민하 또한 작품마다 연기 폭을 넓혀오며 대체불가 배우로 거듭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활약했던 그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TV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또다시 증명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태풍상사’는 첫 방송 전국 시청률 5.9%(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최종회 10.3%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김민하가 맡은 오미선은 커피만 타던 경리였지만 초보 사장이 된 주인공 강태풍(이준호) 곁에 유일하게 남아 도와주면서 본인 또한 상사맨이라는 꿈을 이뤄간다. 이야기 진행과 함께 상사맨으로 성장하는 오미선을 따뜻하고 우직한 성품이 돋보이는 인물로 그려낸 김민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또 다른 도약점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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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종영 전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민하는 “올 한 해를 ‘태풍상사’로 꽉 채웠고 오미선으로 쭉 살았어서 마지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벌써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다가도 미련이나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예쁘게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방송을 볼 때도 후회 없이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서 너무 아쉽지만 작별 인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자신이 연기한 오미선을 두고 “타고나길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는 오미선을 차도녀로 그리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데 제가 느꼈을 때는 차도녀보단 그냥 떳떳한 사람인 것 같았다. 냉철한 면모와 섞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어떨까 의견을 서로 주고받았다”고 캐릭터 첫인상을 밝혔다.
김민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부분은 가지고 가되 타고나길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하고 싶은 것도 뚜렷하고 열망도 굉장히 커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고 현명하고 지혜롭다. 넘어질 때는 울기도 하고 좋을 땐 좋아하고 투명하면서도 솔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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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맨이라는 꿈을 남몰래 갖고 있던 오미선은 사장 강태풍의 응원에 힘입어 점차 용기를 내고 성장한다. 회사가 망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함께 달려갔고 점차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지만 오미선은 “일과 감정은 섞지 말자”는 태도를 보이면서 쉽사리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경리에서 벗어나 상사맨으로서 업무를 하기에도 벅찬 데다가 장녀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무게감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공장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해준 강태풍에게 응급실에서 “좋아해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김민하는 “오미선도 강태풍을 계속 좋아했지만 일과 가족이 먼저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치 아닐까’라는 갈등이 혼자서 굉장히 많았을 것”이라며 “마음을 부정도 해보고 강태풍에게도 공과 사를 지키자고 하지만 본인이 숨기고 싶다고 해서 숨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불 속에 갇혔을 때 ‘내가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되겠구나’ 깨달은 것 같다. 죽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가족한테 갔다 올걸. 이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할걸’ 등 여러 후회를 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강태풍이 자신을 살려줬기 때문에 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응급실에서 눈 뜨자마자 사귀자고 한 것”이라고 당시 캐릭터의 감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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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맨이라는 꿈을 이뤄가는 성장형 캐릭터였던 만큼 연기를 하고 방송이 될수록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김민하는 “마지막 촬영 일주일 남았을 때는 장면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애정이 많이 쌓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경리로서 본인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눈치가 빠른데도 눈치만 보고 숨죽이고 움츠려 있었다. 그러다가 주임이 돼서는 본인의 의견도 얘기하고 목소리도 커지고 열심히 뛰고 과감해졌다”며 “용감해지고 성장해 가는 오미선을 보면서 저의 옛날 모습이 많이 생각났다. 오미선에게 많이 배웠고 저도 앞으로 성장할 것을 생각하면 미선이가 대단하고 뿌듯하고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애정이 깊어졌다. 마지막 촬영쯤에는 ‘내가 미선이를 천천히 잘 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태풍상사’와 오미선을 무탈하게 떠나보내는 중이다. TV 드라마가 처음이었던 김민하는 “이제 막 촬영이 끝나고도 계속 방영이 되는 건 저도 처음이라 계속 (캐릭터를) 안고 있고 마지막이라는 게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기분이 이상하다”며 “그래도 후회 없이 잘 쏟아낸 것 같아서 (오미선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제 일상 속에서의 루틴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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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포기해’라는 말을 들었던 김민하다. 그는 “모진 말을 많이 들었다. ‘살 빼라. 주근깨 없애라. 성형해라’ 등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말들이 저한테는 큰 자극제가 됐다. 그런 말들이 없었으면 마음을 다잡지 못했을 것 같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어느덧 믿고 보는 주연 배우 자리를 꿰찼다. 지금은 여러 작품의 러브콜을 받는 입장이기도 하다. 김민하는 “저만의 속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라는 직업이 어떻게 보면 프리랜서라 불안정한 면모가 있다. 그래서 작품 제안을 받으면 너무나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절대 자만하진 않는다. 그는 “‘내가 이제 됐다’ 하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한다. 더 신중해져야 한다. 며칠 전에 대본을 읽으면서 예전에 오디션을 보러 갈 때가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라며 “그때를 잊고 싶지가 않다. 부족한 것도 너무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더 배워야 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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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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