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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대통령 7명’ 페루서 대선 예비후보 암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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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대통령 7명’ 페루서 대선 예비후보 암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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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자유당 소속 라파엘 벨라운데 요사 페루 대선 예비후보. 라파엘 벨라운데 페이스북 갈무리

인민자유당 소속 라파엘 벨라운데 요사 페루 대선 예비후보. 라파엘 벨라운데 페이스북 갈무리


대선을 4개월가량 앞둔 남미 페루에서 의회의 권력 독점 체제를 지적한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일어났다. 탄핵·사퇴 등 방식으로 지난 7년간 대통령이 6번 바뀐 페루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페루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2일(현지시간) 고 페르난도 벨라운데 페루 전 대통령의 손자 라파엘 벨라운데 요사가 페루 서부 리마주 세로아술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괴한으로부터 총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인민자유당 소속 벨라운데 후보는 내년 4월12일 열리는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설문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에 불과했다. 우파 성향의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9%), 후지모리 케이코(8%) 등 다른 정당 예비후보보다 훨씬 뒤처져 있었다.

벨라운데 후보는 이 공격으로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총격으로 인한 다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스카르 아리올라 페루 경찰청장은 “그가 팬아메리칸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떠나려던 순간 오토바이가 나타나 차량과 그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며 “그는 8~9발의 총격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가 탔던 차에는 네 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 조사를 벌이고 범인을 추적 중이다. 괴한이 그의 금품을 노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페루에서는 지난 7년간 대통령이 자주 바뀌며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롤렉스 시계를 비롯한 고가의 귀금속을 부당하게 받은(뇌물수수) 의혹을 받은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현재 호세 헤리 전 국회의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해 임시로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페드로 카스티요(의회 해산 시도)와 마르틴 비스카라(도덕적 무능) 전 대통령도 탄핵당했고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마누엘 메리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등 전직 대통령도 부패, 권력남용 등 의혹을 받자 자진 사퇴했다.

이같이 대통령 교체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은 페루 정치 구조에 있다. 현재 의회에는 15개 정당이 진출해있는데, 이들은 전체 130 의석 중 최소 1석에서 최대 21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는 데 실패하자 대통령이 의회에 밉보이면 야당이 뭉쳐 탄핵을 추진하는 일이 반복돼왔다.


국가 지도자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국정 운영이 불안정해지고 치안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지난 10월 페루 곳곳에서는 청년 주도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벨라운데 후보는 이러한 상황을 공개 지적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0월 온라인 매체 알데토로야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의회 독재 체제에 직면해 있다”며 “의회는 국가 발전의 발판이 돼야 할 곳을 파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들은 정치를 로비와 후원의 장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들의 의제는 의회 의석 확보에 집중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정치인들은 벨라운데 후보를 향한 공격이 정치 폭력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중도우파 인민행동당 소속인 페드로 카테리아노 의원은 이번 사건을 “선거 운동의 나쁜 시작”이라며 “오늘 아침 벨라운데 후보가 겪은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 나라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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