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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범 "통일교 공적 인정 받아들이기 어려워 아베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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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격범 "통일교 공적 인정 받아들이기 어려워 아베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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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미, 공판서 통일교에 깊은 분노 표출
"정교 유착 중심이 아베, 다른 사람은 약해"
"통일교 항의 표시로 어머니 살해도 생각"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가운데)가 2022년 7월 10일 일본 나라현 나라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나라=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가운데)가 2022년 7월 10일 일본 나라현 나라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나라=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의 피고인이 범행 동기에 대해 "아베 전 총리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보낸 영상을 보고 통일교가 공적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를 노린 것이 정치적 범행으로 해석되지 않게 범행 전날 통일교 시설에 총을 발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야마가미 데쓰야는 전날 일본 나라지방재판소에서 열린 12차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긴테쓰 야마토사이다이 지역에서 참의원(상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야마가미로부터 총격을 당해 숨졌다.

야마가미는 2021년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관련 단체 행사에 보낸 영상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 통일교 신자인 어머니가 약 1억 엔(약 9억4,300만 원)을 헌금해 가정이 파탄나자 원한을 품은 그는 통일교가 아베 전 총리 덕에 일본 사회 내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

아베 신조(맨 앞줄) 전 일본 총리가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 지역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려 연단에 오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야마가미 데쓰야(맨 뒷줄 오른쪽)에게 피격당했다. 나라=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맨 앞줄) 전 일본 총리가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 지역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려 연단에 오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야마가미 데쓰야(맨 뒷줄 오른쪽)에게 피격당했다. 나라=EPA 연합뉴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에게 총구를 겨누기 전날 나라시 소재 통일교 시설에 탄흔을 남겼다. 아베 전 총리 총격이 통일교를 향한 분노에서 비롯했다는 증거를 남기려 한 것이다. 그는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관계는 교단 내부에선 상식으로 여겼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미리 (통일교에 대한 분노를) 보여주지 않으면 (아베 전 총리 총격이) 다른 이유로 해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분노는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걸려 있었고,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혐오감과 적대감이 점점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아닌 다른 정치인을 노리진 않았냐'는 판사의 질문에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정계 간 관계에서 중심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정치인은 의미가 약하다"고 말했다. 다만 '총격 사건으로 통일교에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끼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여러 문제가 있기에 말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2023년 통일교 해산 명령을 내렸고, 정부와 통일교 간 법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야마가미는 한때 통일교에 대한 분노가 솟구쳐 어머니를 총살할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신도가 되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일반적인 수단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어머니와 대화하며 그런 생각을 자주 했고, (어머니를 총살하려 생각한 건) 어머니 개인이 아니라 어머니가 헌금하는 교단에 항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