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 제네레이션 매치’에는 라이징팀 소속으로 뛰며 모처럼 고국 팬들 앞에 섰다. 재미와 의미를 위한 게임인 만큼 이날 상당수 선수들이 포지션을 바꿔 출전해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는데 김혜성 또한 야수가 아닌 투수로 이날 경기를 치렀다. 김혜성은 이날 라이징팀의 선발 투수로 출전했다.
공을 던지는 게 어색할 법도 했지만 김혜성의 투구는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실점하지 않았다. 이후 7회 팀이 위기를 맞이하자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는 등 이날 경기의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과를 떠나 김혜성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모처럼 다시 선 친정팀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 또한 남다르게 다가올 법했다.
이런 김혜성의 모습은 미국 현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벤트 경기이기는 하지만 김혜성이 투수로 등판해 3이닝을 던졌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저스 전문매체 ‘다저스 네이션’은 2일(한국시간) 이 소식을 전하면서 “LA 다저스의 유틸리티맨 김혜성이 지난 일요일 KBO 이벤트 경기에서 ‘투웨이’ 스타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의 발자취를 따라 3이닝을 투구했다”고 재치 있게 보도했다.
김혜성은 프로 데뷔 후 줄곧 야수로만 뛰었다. 투수로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는 미국 팬들은 물론 한국 팬들에게도 굉장히 낯선 일이었다. 이 때문에 김혜성이 공을 던지는 영상은 미국 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널리 공유되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오타니와 같은 투·타 겸업 선수가 아니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야수들이 마운드에 서는 것은 진풍경이다. 주로 경기에서 크게 뒤지고 있을 때, 투수 소모를 아끼기 위해 야수들이 등판하곤 한다. 어차피 지는 경기, 투수들을 아끼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목적이 있다. 이른바 ‘가비지 게임’에서 관중들이 야수들의 등판을 즐거워하고, 야수와 야수의 투·타 대결에서 나오는 재밌는 장면들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다저스 네이션’은 김혜성의 올 시즌에 대해 “이 내야수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제한된 임무를 맡았지만, 첫 한 달 동안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45타석 동안 타율 0.422와 OPS 1.058을 기록했다. 두 개의 홈런을 쳤는데 하나는 애슬레틱스, 다른 하나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였다”면서 “김혜성은 자신의 기대를 충족하고 2026년에 팀 내에서 더 큰 비중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자신의 두 번째 월드 시리즈 타이틀을 노린다”고 내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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