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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F 뜬다...달라진 서브컬처 위상에 게임업계 '총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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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F 뜬다...달라진 서브컬처 위상에 게임업계 '총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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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AGF 2025(Anime X Game Festival 2025)'에 총집결한다. 변방에서 주류로 180도 달라진 서브컬처 게임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메인 스폰서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해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지스타에 불참했던 주요 게임사들이 AGF 2025에 전원 참가한다.

◆"신작 공개부터 팬덤 굳히기까지"… 목적따라 갈린 '3N'의 AGF 공략법

이에 따라 이번 AGF 2025 현장은 각 게임사가 처한 상황과 전략에 따라 차별화된 '팬덤 경험'을 제공하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먼저 공격적인 신작 행보로 변화를 주도하는 곳은 스마일게이트와 엔씨소프트다. 메인 스폰서인 스마일게이트는 간판작 '에픽세븐'과 함께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미래시'는 지난 도쿄게임쇼 공개 이후 이번 행사에서 국내 이용자들에게 최초 시연 기회를 제공하며 김형섭 AD의 드로잉 쇼 등 대형 이벤트를 통해 초반 팬덤 형성에 주력한다.

가장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엔씨소프트다. 주로 MMORPG에 집중해 온 엔씨는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통해 서브컬처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일본 니코니코 초회의 등에 이어 국내 AGF까지 참가하며 장르 팬층과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히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반면 넷마블과 넥슨은 검증된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집토끼(충성 고객) 단속'에 나선다. 넷마블은 서비스 8주년을 맞은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일본 성우 초청 토크쇼와 한국 서비스 최초 공식 굿즈 판매를 통해 코어 팬덤의 결속력을 다진다. 넥슨 역시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한 '마비노기 모바일'을 출품, 수상작의 위용을 과시하며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한다.

◆중견·신생사들의 차별화 전략… "틈새 공략부터 글로벌 흥행까지"

중견 게임사들도 각자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으로 AGF 공략에 나섰다.


네오위즈는 출시 2.5주년을 맞은 '브라운더스트2'를 앞세워 과감한 타깃 마케팅에 나선다.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VIP 존을 별도로 운영하며 다키마쿠라 같은 굿즈를 선보이는 등 명확한 타깃층 공략 전략을 취했다. 10인의 코스플레이어가 참여하고 성우 토크쇼도 마련해 팬 밀착형 마케팅을 강화한다.

NHN은 '역수입 흥행'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 8월 일본 출시 당일 앱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 1위를 달성한 '어비스디아'와 인기 애니메이션 기반의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를 공개하며, 일본 시장의 성과를 국내 서브컬처 팬덤으로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글로벌 흥행을 발판 삼아 3년 연속 AGF에 출전한다. 퍼블리셔 레벨 인피니트를 통해 덕후찌개 밴드의 라이브 공연, 유형석 디렉터가 직접 참여하는 개발자 대결 이벤트 등 팬 친화적 프로그램을 대거 마련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은 만큼 국내 팬층 결집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중소 개발사들도 AGF를 신작 홍보의 교두보로 활용한다. 클로버게임즈는 '헤븐헬즈'로 2년 연속 참가하며, 에이블게임즈는 차기작 '크레센트'를 최초로 공개한다.

◆왜 지스타가 아닌 AGF인가: 구매력 높은 '찐팬'의 집결지

게임사들이 AGF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AGF 방문객들은 일반적인 게이머보다 캐릭터와 IP에 대한 몰입도와 충성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AGF는 단순 시연 중심인 지스타와 달리 굿즈 구매, 코스프레, 성우 이벤트 등 2차 창작과 문화 소비가 활발하다. 실제로 넷마블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 서비스 8년 만에 첫 공식 굿즈 판매를 결정했으며, 다수의 참가사가 코스프레 런웨이나 팬 사인회 등 팬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 게임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서브컬처 강자들도 AGF를 통해 세 과시에 나선다. 일본 사이게임즈는 국내 오프라인 행사에 처음으로 참가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그랑블루 판타지' 등 대표 타이틀을 선보인다. 요스타는 '명일방주'와 신작 '스텔라 소라'를, 그리프라인은 '명일방주: 엔드필드'를 전시하며 한국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과거 게임쇼가 '기술력'과 '그래픽'을 과시하는 자리였다면, AGF는 "우리가 당신(서브컬처 팬)들의 코드를 이해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증명하는 시험대다. 게임사 입장에서 지스타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매스 미디어'라면, AGF는 구매력이 검증된 고관여 이용자를 향한 '타깃 마케팅'의 최적지인 셈이다.

◆'변방'에서 '주류' 산업으로의 이동

AGF의 성격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초기 서비스작 중심의 팬 서비스형 전시에서 벗어나 미출시 신작들의 데뷔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여신: 니케' 등의 흥행으로 국내 서브컬처 시장이 확장되면서 게임사들도 AGF를 신작 공개의 최적 무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시장 규모가 2033년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소수의 취향으로 치부되던 서브컬처 게임이 이제는 고자본이 투입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결국 올해 AGF 2025에 3N을 비롯한 주요 게임사가 몰리는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AGF는 게임사들이 준비한 신작과 IP가 얼마나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조준했는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장르 신작을 적극 준비하면서 AGF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AGF 관람객이 장르 핵심 소비자와 맞물리는 만큼 코어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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