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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위 재연될라”…홍콩정부, 反中 강력 단속

헤럴드경제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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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위 재연될라”…홍콩정부, 反中 강력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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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 사망자 146명으로 늘어
책임규명 청원자 체포·SNS 글 삭제
인권운동가 “시민 침묵하라는 메시지”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화재 참사로 사망자가 14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홍콩 당국은 책임규명 청원을 주도한 인물을 체포하고 온라인상 유언비어 단속 등을 강화하고 나섰다. 77년만의 최악 화재 참사에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자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같은 대규모 반중 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홍콩 매체 HK01 등 보도에 따르면,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 국가안보처)는 이번 화재에 대한 정부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 주도자 두 명을 체포했다. 이 중에는 전 구의원 케네스 장과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던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자원봉사자가 포함됐다. 앞서 홍콩 국가안보처는 정부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 주도자인 마일스 콴을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이 외로 지난 28일 개설된 인스타그램 계정 ‘타이포 웡 푹 코트 화재우려 그룹’에선 ▷피해 주민 지원 ▷공사 감독 시스템 전면 재검토 ▷독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정부 관료를 포함한 책임자 문책 등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이번 화재를 틈타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힌다) 세력이 기회를 노리며 소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며 “홍콩을 다시 송환법 반대 시위의 혼란으로 되돌리고, 어두운 시절을 재현하려고 한다. 악의적 의도와 비열한 행위는 반드시 도덕적 비난과 법적 엄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를 계기로 대규모 반중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진 바 있다. 이후 만들어진 홍콩보안법에 따라 2020년 7월 홍콩 국가안보처가 출범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한다.

홍콩 국가안보처 대변인은 “홍콩정부 유관 부서가 재난을 이용해 홍콩을 어지럽히는 반역적 언행을 조사·저지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을 향해 “‘시민들을 위한 청원’이란 명목으로 사회 대립·분열을 선동해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홍콩 국가안보처가 국가안보 위해 행위를 강력히 억제·타격해 왔다면서 “홍콩 정부가 (이러한 행위를) 법에 따라 무자비하게 타격하고,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결연히 반격·제압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정부가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이듬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해 반대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단속은 “홍콩 정부가 대중의 불만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인권 운동가 네이선 로는 홍콩 국가안보처가 콴을 체포한 것에 대해 “그 사람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지극히 기본적인 요구만 제기했을 뿐”이라며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시민들에게 겁을 주고 침묵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답변과 가장 기본적인 정의의 수단을 요구하는 것마저 이미 범죄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재가 난 홍콩 북부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추가 수색 결과, 전날까지 128명으로 집계된 사망자 수가 이날 146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부상자 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79명이다. 홍콩 당국은 전날 150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날은 40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당초 실종자로 신고됐던 사람 가운데 이날까지 159명과 연락이 닿아 안전이 확인됐고, 사망자 92명과 부상자 37명이 실종자 명단에 들어있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홍콩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 모든 행정 구역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