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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AI와 함께 금융혁신의 양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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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AI와 함께 금융혁신의 양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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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AI 금융과 블록체인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결제·청산, 증권의 발행·유통, 보험 심사 등 금융 핵심 인프라 전반에서의 증가세다. Blockchain in Banking and Financial Services Market에 따르면 블록체인 금융시장 규모는 2024년 69.8억 달러(10.2조 원)에서 2025년 106.5억 달러(15.6조 원 추정)로 52.9% 급성장했다. 2~3년 전만 해도 AI 혁신 속에 블록체인 기대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지금은 AI와 함께 블록체인이 금융혁신의 양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왜 이처럼 블록체인 혁신·활용이 늘고 있나. 우선 기존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비효율 때문이다. 예컨대 국경간 결제는 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3~5개의 중개 은행을 거쳐야 해서 수수료 6~7%, 송금 시간도 2~3일이나 소요된다. 반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수수료는 0.1~1.0%, 송금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T+2(거래일 후 2영업일 결제) 또는 T+3 구조인 기존 증권 청산도 T+0 또는 T+1로 단축이 가능하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담보 이동(Collateral Transfer) 역시 기존 1~2일 걸리던 절차를 10초~5분으로, 비용도 30~150달러에서 0.1~1달러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자산의 토큰화 확산이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이 토큰형 채권·펀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블록체인이 증권 발행과 유통의 새로운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부분 소유권, 24시간 거래, 즉시 결제 등 블록체인 특유의 장점은 자본시장 구조 혁신과 함께 ST(토큰 증권), 토큰화 RWA(실물자산) 등 신상품을 시장에 편입시키며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셋째, 규제 환경의 변화다. 2020년만 해도 블록체인은 보안 불확실성과 확장성 부족으로 실험 단계 기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3~4년간 기관용 프라이빗 체인, 권한관리 강화,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보안성과 처리 속도가 크게 높아졌다. 몇 분씩 걸리던 처리시간은 카드나 모바일 결제처럼 실시간 처리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규제당국도 기존의 '위험 억제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 위험관리와 신기술·신상품 활성화를 병행하는 '균형적 규제'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외에 AI 활용 확대로 데이터 위·변조 방지와 투명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블록체인의 필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대표 사례를 보자. 은행권에서는 JP모건이 가장 앞서 있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Onyx'를 통해 하루 수백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매매(Repo) 거래와 담보 이동을 실시간 처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2~4개 수탁회사를 거치면서 하루 이상 소요되던 담보 이동이 블록체인으로 몇 분 안에 마무리된다. 속도 개선뿐 아니라 자금 회전율을 높여 수익성 제고에 크게 도움을 주는 만큼, 은행권 확산 가능성도 크다. HSBC 역시 외환거래와 무역금융처럼 복잡한 문서 검증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서 처리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골드만삭스를 꼽는다. 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 'GS DAP'을 개발해 실제 채권 발행·결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고, 영국·홍콩·유럽에서 토큰화 채권 발행과 유통을 진행 중이다. 기존 T+2 증권 청산 구조를 수 분 내에 처리하는 경험을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하면서 블록체인이 '차세대 시장 인프라'라는 인식 확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 분야에서는 AXA와 Allianz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계약 기반 자동 청구·지급 기능을 보험상품에 적용했고, 재보험·공동 인수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위험 데이터를 공유해 중복보험과 허위 청구를 줄이고 있다. 보험금 지급의 투명성과 속도 개선, 보험사기 감소, 운영비 절감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사와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업계와의 협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JP모건은 Onyx를 기반으로 Avalanche·Polygon과 협력하고 있고, HSBC와 골드만삭스는 R3·Digital Asset·Fireblocks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블랙록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Circle과, BNY Mellon은 Fireblocks와 손잡고 커스터디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싱가포르는 중앙은행(MAS)의 주도하에 UBS, JP모건, DBS 등이 Aave·Uniswap·Fireblocks와 함께 토큰화 국채·디지털 예금·실시간 결제망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홍콩도 통화청이 골드만삭스·UBS와 함께 토큰화 국채를 발행하며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협력이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화에 상대적으로 더딘 일본도 MUFG가 R3 및 Progmat와 협력해 'Progmat Coin'이라는 은행권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개발, 토큰화 국채·부동산·펀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무쪼록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에 우리나라 정책당국과 금융회사들도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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