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주식투자 국민연금 92% 증가
서학개미는 74% 증가…“10월 역대급”
고환율에 한국 ‘달러 GDP’ 2년간 답보
서학개미는 74% 증가…“10월 역대급”
고환율에 한국 ‘달러 GDP’ 2년간 답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젊은 분들이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 이렇게 딱 나오더라”며 “이게 무슨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최근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국민연금과 이른바 ‘서학개미’가 올해 해외 주식투자를 상당 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보다 더 공격적으로 해외 주식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는 총 245억1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127억8500만달러)보다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등’의 해외 주식 투자는 95억6100만달러에서 166억2500만달러로 74% 늘었다.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는 국민연금, 비금융기업등은 개인투자자로 각각 수치를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투자 금액을 봐도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인 ‘서학개미’보다 컸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 규모는 지난해 1∼3분기 서학개미의 1.3배 수준에서 올해 1∼3분기 1.5배로 격차가 더 커졌다.
전체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4%였는데, 개인투자자(23%)보다 10%p 이상 높았다. 그만큼 외환시장에도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한은·보건복지부·국민연금이 4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와 속도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절해 환율 안정과 수익성 제고를 함께 도모하려는 것이다.
최근 두 달 동안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쏠림’이 유독 뚜렷해진 것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0∼11월에만 123억3700만달러에 달하는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68억13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1∼28일)에도 55억2400만달러로 매수세가 크게 꺾이지 않았다. 이 수치를 한은 통계와 단순 합산할 경우 올해 1∼11월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총 289억6200만달러에 이른다. 작년 동기(99억900만달러)의 3배에 가까운 이례적인 규모다.
개인투자자 쏠림이 관측된 시기는 10·15 대책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가 막히고,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시기와 겹친다. 또 환율 상승 흐름과도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라며 “젊은 분들이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 이렇게 딱 나오던데, 이게 무슨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고환율은 한·미 금리차와 유동성 증가(통화량 확대)가 영향을 준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유동성이 늘어난 것이 원화값 하락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고환율은 달러화로 나타낸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결과, 달러 환산 GDP가 올해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달러 환산 GDP는 국제비교의 잣대로 꼽린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달러화 기준 명목 GDP를 1조8586억달러로 추산했다. 지난해 1조8754억달러보다 168억달러(0.9%) 줄어든 규모다. 2023년의 1조8448억달러와 비교해보면 2년간 138억달러(0.7%) 늘어나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 된다.
원화 기준으로 명목 GDP는 지난해 2557조원에서 올해 2611조원으로 2.1% 늘어날 것이라고 IMF는 분석했다. 이는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0.9%)에 물가 요인을 반영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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