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을 놓고 정부와 민간이 2주째 엇박자 통계를 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상승폭 둔화' 지표를 내놓을 때 KB부동산원에서는 '상승폭 확대' 지표가 나오는 식이다. 집계 방식 등이 다소 다르다고는 해도 조사 기간이 동일한 데다 변동폭 차이 정도가 아니라 방향성 자체가 엇갈리고 있어 정책 당국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11월 넷째주(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오르며 전주(0.20%) 대비 상승폭이 소폭 둔화됐다. 강남구(0.24%→0.23%), 서초구(0.23%→0.22%), 송파구(0.53%→0.39%), 용산구(0.38%→0.34%)도 상승폭이 감소했다.
반면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에서 11월 넷째주(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7%로 전주(0.23%)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구(0.34%→0.36%), 서초구(0.44%→0.53%), 송파구(0.56%→0.95%), 용산구(0.54%→0.69%)의 상승폭도 확대됐다. 특히 송파구는 이번주 집값 상승폭에서 두 통계 간에 0.56%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국부동산원은 "신천·방이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지만 KB부동산은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잠실 르엘 등 입주를 앞둔 신축 대단지 매물이 적어 가격이 강세"라고 밝혔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10월 15일 전에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던 곳으로 이번 규제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고가 주택의 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줄며 이들 지역이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는데, 가격 상승 억제 효과를 두고 엇갈린 통계가 나온 것이다.
지난주에는 정부 통계가 '상승'인 반면 민간 통계는 '둔화'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0.20%)은 전주(0.17%)보다 커지며 4주 만에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KB부동산은 상승률이 0.26%에서 0.23%로 줄어들며 5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되는 결과가 나왔다.
두 기관의 통계가 이 같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표본과 조사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 3만3500가구를 표본으로 시세 조사원이 매물, 호가, 실거래가 등을 조사해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조사 기간은 전주 화요일부터 해당 주 월요일까지다. KB부동산은 조사 기간이 같지만 표본 수가 6만2200가구다. 가격은 협력 공인중개사들이 입력한 실거래가 혹은 시세를 바탕으로 담당자가 검증 후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실거래가 없는 시기에는 두 기관 간 통계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최근에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으로 거래 집계까지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에 주간 아파트 통계를 분석할 때는 단기적 시장 상황보다 장기 추세로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주간 아파트 통계 조사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에 불과하고, 거래 완료 시점인 실거래가와 거래 시작 시점인 매물 호가가 혼합 작성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정부는 최근 집값 통계 관련 연구를 마치고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시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R114는 전국 아파트 약 90%의 실거래가와 호가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수조사를 기반으로 하니 표본오차를 우려하지 않는다. 조사 인원 7000여 명도 2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10·15 대책 이후 둔화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근 들어 혼조세를 보이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관망세를 보이던 시장이 어느 정도 규제에 적응했고, 구매 여건이 되는 수요자들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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