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일반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까
법조계 “상소제기 기준 명확히 세워야”
법조계 “상소제기 기준 명확히 세워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정책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범죄수익환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검찰이 지난 27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사건 1심 선고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또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서울 중앙지검장이 사퇴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검찰은 이번에도 대검찰청 예규와 다른 판단을, 대장동 사건 때보다 더 신속하게 내려 비판을 자초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비공개 예규인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 14조는 “형종(무기, 유기, 벌금)이 달라진 경우 항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 검찰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현역 의원들에 대해 1심에서 이철규 의원을 제외하고는 징역형의 실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에서 벌금형으로 형종이 달라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검찰의 구형과 달리 벌금형을 받았다.
대부분 현직 검사들은 이번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마찬가지로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부장검사는 “대검 예규에 따라 형종이 바뀌면 항소를 제기해 온 그간의 기준으로 보면 이번 패스트트랙 사건도 항소제기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7일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사건 발생일로부터 6년 가까이 장기화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B부장검사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이미 구형 단계부터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선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를 의식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검찰이 그간의 관행과 달리 연이어 ‘항소포기’ 결정을 하면서 상소제기 기준의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기계적 상소에 대한 지적은 주로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비롯됐다. 대검이 2019년 6월 “기계적 불복을 하지 말라”는 대응 매뉴얼을 제정했는데도 상소 남발은 계속됐다. 검찰은 대장동·패스트트랙 사건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기에 앞으로 과거사 사건은 물론 일반사건에서도 어떤 기준으로 상소 여부를 판단했는지 답을 내놓아야 하게 됐다.
과거사 사건을 주로 대리해온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대장동이나 패스트트랙 같은)정치적 사건에는 검찰이 예외를 적용하면서, 정작 검찰 스스로 제정한 매뉴얼까지 있는 과거사 사건은 끝까지 상소해온 걸 보면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며 “시스템 안에서 상소에 대한 숙고가 이뤄지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이창민 변호사는 “무조건 항소를 제기하면 안 된다는 건 맞지만, 앞서 검찰이 보여준 관행을 살펴보면 일반사건과의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연이은 항소포기에 대해 검찰은 더욱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하고, 대검 예규를 포함해 상소 기준을 더 상세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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