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명분이 또 하나 사라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도 줄었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5월 2.50%로 내려온 후 7월, 8월, 10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같은 자리에 묶였다.
건설투자 부진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민간소비 경제심리 개선 등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점이 주요하게 고려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 원·달러 환율 급등 등까지 복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금리인하를 결정할 동기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실제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금통위원도 점차 줄고 있다. 지난 8월 5명에서 10월 4명으로, 이달에는 3명으로 감소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인하 기조'가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각각 대체되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올랐다. 2020년 9월(2%)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5개월 전 6·27 대책이 시행됐으나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부담이다.
이달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에만 2조6519억원이 불었다. 이미 전월 증가액(2조527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역시 한은이 금리인하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달러당 1470원을 넘고, 1500원선 돌파까지 점쳐지는 상황에 금통위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금리를 내릴 경우 금리 격차는 현 1.50%p에서 1.75%p로 커진다. 외국인 자금이 밖으로 빨려나가며 환율에 상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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