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원화약세·물가·집값 상승' 3중고 … 더 멀어지는 금리인하

매일경제 김명환 기자(teroo@mk.co.kr),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원문보기

'원화약세·물가·집값 상승' 3중고 … 더 멀어지는 금리인하

서울흐림 / -0.8 °
◆ 한은 기준금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4연속 유지다. 한은은 이날 "금리 인상은 논의조차 없었다. 인하 사이클 종료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신호'의 확대로 받아들였다. 금리가 향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 금통위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공개한 의결문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인하 기조의 흐름을 줄였다. 금통위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의결문과 대조해보면 '인하 기조'가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대체된 것이다.

3개월 후 기준금리와 관련한 금통위원들의 의견 분포를 공개하는 한국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지침)'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8월과 10월 회의 때에는 금통위원 6명 중 각 5명, 4명이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인하 의견이 3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동결 예상 위원은 1명, 2명을 거쳐 3명으로 늘었다. 인원수로는 3명 대 3명 동률이지만, 흐름은 인하 분위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한 3명은 환율 변동성이 상당 폭 확대되고 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라면서 "나머지 3명은 성장 경로의 상·하방 위험이 있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진 점도 금통위 안에서 인하 목소리가 줄어든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기존 0.9%·1.6%에서 1.0%·1.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오른다고 전망을 했으니깐 금리 인하기가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내년에 1.8%가 올라가는 것은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 사이클에 의해 주도되는 면이 많다. 내부적으로 그걸 제외하고 계산하면 1.4% 정도로 본다"며 "반대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은 (경제성장률이) 아직까지는 잠재성장률 밑에 있고, 실물경제 상승에도 착시현상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 총재 제외 금통위원 6명 중) 금리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위원과 동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위원이 3대3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분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한 질문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현시점과 3개월 뒤 전망을 얘기할 때 금통위원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논의하자고 한 분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리 동결 기간에서 인상 기간으로 가는 데는 평균 12개월 정도 걸린다. 금리를 인하하다가 확 인상하고 이런 경우는 참 드물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원화값 하락세에 대해 이 총재는 '서학개미' 등 해외 투자 쏠림 현상을 막으면, 현재 흐름이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원화값과 관련해) 두 가지 면에서 우려하고 있는데, 변동성보다는 너무 한 방향으로 환율이 쏠려 가는 것이 있고, 그게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이전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와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최근 몇 주는 원화가 혼자 저하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환율) 레벨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지금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 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인데, 이런 쏠림 현상을 막아주면 빠르게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또 통화량(M2)이 급증해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환율도 오른다는 해석에 대해 "새로 풀린 유동성은 크지 않다"며 "과거부터 풀렸던 유동성이 M2 쪽으로 오는 구성 변화는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과 국민연금 간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왑과 관련해선 "통화 스왑은 실무진들이 국민연금과 논의 중"이라며 "연장하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환 기자 / 곽은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