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한 번에 성공
한국 발사체 기술 신뢰도 높여
위성 발사 시장 참전 준비 완료
한국 발사체 기술 신뢰도 높여
위성 발사 시장 참전 준비 완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떴다! 떴다!” “날아오른다!” “힘내, 누리호!”
27일 새벽 1시 13분, 한국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어둠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발사체 엔진이 점화되자 시커멓던 밤하늘이 눈부시게 밝아졌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긴장과 설렘을 안고 발사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지는 엄청난 굉음과 진동, 75t 엔진 4기가 동시에 내는 빛과 소리에 눈과 귀가 아플 지경이었지만, 사람들은 누리호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누리호가 27일 새벽 1시 13분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지상을 밝힌 누리호가 솟구처 올라 작은 별이 되고,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리호는 발사 후 약 2분경 고도 65.7km에서 1단을 분리했다. 이후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비행했고 탑재한 위성 13기를 모두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 2년 반 만의 화려한 비상이었다.
이번 누리호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발사체의 제작·조립을 총괄 주관 했다.이로써 한국도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장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마련한 셈이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위성 발사 대행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배경훈 과학기술 부총리는 발사 이후인 오전 2시 40분에 열린 브리핑에서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위성 모두 성공적으로 분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은 한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췄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건이자 우리 우주산업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 3차 성공에 이어 4차까지 성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높였고 우리나라 자주적인 우주개발 역량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모든 과정 순탄...역대 최대 성공
앞으로 가격 경쟁력 갖추는 게 관건
앞으로 가격 경쟁력 갖추는 게 관건
누리호 역대 발사 결과. 2·3·4차 발사 모두 성공했으나, 세부적으로 보면 4차 발사가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연합뉴스] |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여러 면에서 한국 발사체 기술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발사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첫 야간 발사였고, 첫 민간 주도 발사였으며, 탑재 위성도 가장 많았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날씨도 쾌청해 ‘하늘도 누리호를 돕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발사 시각이 처음 계획됐던 0시 55분에서 1시 13분으로 18분 미뤄지기는 했지만 당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에서 제시한 발사 가능 시간대 안에 발사했다. 항우연은 발사 가능 시간대를 0시 54분부터 1시 14분까지로 잡고 있었다.
발사 시각이 다소 미뤄진 것도 단순 센서 오작동의 문제였다. 0시 11분께 발사체에 연료와 전원을 공급하는 엄빌리칼 타워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압력 센서 하나의 측정값이 정상 출력되지 않았다. 항우연 측에서 즉각 확인한 결과, 원인은 단순 센서 오작동이었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발사시각을 최대한 늦춘 1시 13분으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제는 훨씬 빨리 해결됐고, 큰 계획 변동 없이 발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항우연 측의 유연한 대처가 계획에 맞는 발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누리호의 핵심 임무인 위성 배송 결과도 우수했다. 항우연 분석 결과, 누리호는 고도 601.3km에서 탑재위성들을 분리했는데, 이는 기존 목표 고도에서 불과 1.3km만 벗어난 값이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기준은 오차범위 35km 안에만 들어오면 되는데, 이를 넉넉하게 충족했다.
지금까지 총 네 번의 누리호 발사 중 가장 뛰어난 성과다. 2021년 이뤄진 1차 발사 때는 누리호 3단이 목표 고도까지 도달해 주탑재위성을 분리했으나 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2·3차 발사는 탑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부탑재체 일부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거나 발사 준비 과정에서 일정이 몇 차례 연기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발사체 기술이나 운용 면에서 한국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도 위성 발사 대행 시장 경쟁에 본격 참전할 준비가 된 셈이다. 위성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예정된 시간대에 자신의 위성이 안전하게 궤도에 안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번 누리호는 이 모든 과제를 깔끔하게 완수했다.
위성 발사 대행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큐브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기관들이 위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7.2억 달러(약 1조원) 규모였던 발사 대행 시장은 연평균 13.2% 성장률을 기록해 2032년에 21.8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이미 기술을 실증하고 있는 스페이스엑스나 블루오리진처럼 재사용발사체 기술을 확보해야 발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윤 청장은 “누리호 개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발사체를 추진해 우주개발 역량을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현재 우주청은 차세대발사체사업 계획을 재사용발사체 개발로 바꾸는 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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