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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잡기 위해 ‘국민연금’ 카드 꺼낸 외환당국···전문가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긴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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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잡기 위해 ‘국민연금’ 카드 꺼낸 외환당국···전문가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긴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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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2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달러를 포함한 각국 외화의 환전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2025.11.26. 정지윤 선임기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2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달러를 포함한 각국 외화의 환전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2025.11.26. 정지윤 선임기자


원화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유독 약세를 보이자 정부가 국민연금 등과 논의를 거쳐 환율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환율 영향을 우려하면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환율 안정화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환율 상승이 수급의 문제를 넘어 심리와 경제구조와 직결된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예전처럼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6.8원 내린 달러당 1465.6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오전 한때 정부의 외환시장 대책 경계감과 미국의 12월 금리인하 기대감 재확산 등에 힘입어 전날보다 15.3원 급락한 145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외환시장 간담회 내용이 공개된 직후엔 오히려 5원 넘게 급등했고, 야간거래에선 1470원을 넘어섰다.

일단 정부는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의 일부 원인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을 우려하며 ‘새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말 기준 대체투자·해외주식·해외채권을 포함한 국민연금 해외투자액은 약 771조원으로 전체 투자자산의 58.4%를 차지한다. 약 628조원인 외환보유고(10월말 기준)보다도 143조원이 많은 규모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부터 적용된 중기자산배분안(2018-2022)부터 수익률 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렸다. 올해 8월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투자액은 연평균 22% 불어나며 2018년말(191조원)보다 약 580조원 늘었고, 평균환율은 1100원대에서 같은 기간 1416.1원까지 수준을 높였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3659조원으로 최고치를 찍는 2053년까지 해외투자가 현행 비율 그대로라고 가정해도 해외투자액은 지금보다 1364조원 더 늘어나게 된다. 연금이 해외자산을 살수록 원화 약세가 되고, 연금 지급을 위해 해외자산을 팔면 갑자기 원화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 정부가 연금 수익과 환율 모두를 고려해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나선 배경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운용을 달리 하는 방법만으론 환율 상승을 억누르긴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달러 공급을 늘리긴 어려운데다 서학개미 증가, 저성장 국면 등 달러 수급과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 모두 환율 하락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4일 기준 서학개미의 해외투자액은 약 306조원(2162억달러, 8월 누적평균환율 환산 기준)으로 국민연금 투자액의 40% 수준까지 이르렀다. 2018년 이후 연평균 해외투자액 증가율(33.8%)도 국민연금(22%)보다 가파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투자 시점을 조절하거나 포트폴리오를 국내 중심으로 바꾼다고 해도 환율 상승은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해열제를 먹는 것처럼 초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펀더멘탈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민연금 사이즈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외환스왑 규모를 한국은행이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연금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와 2016년부터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정책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연금 해외투자 확대는 항상 상수라고 봐야하는데, 오히려 정책을 건드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환율이라는 것이 펀더멘탈과 여러 요인에 결정되다보니 모두 관리할 순 없는 노릇일 것”이라며 “1500원, 1600원대로 올라가는 것은 문제지만 실업률과 저성장 등 국내요인을 고려하면 1400원대를 적정환율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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