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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해공무원 사건 감사 "2급 군사기밀 유출"…2년 만에 입장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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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해공무원 사건 감사 "2급 군사기밀 유출"…2년 만에 입장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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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청래표 1인1표제' 중앙위 부결
TF, '서해공무원 사건'·'GP 불능화' 감사 검토
"2급 군사기밀 유출 정황 확인"
최 전 원장 등 관련자 7명 검찰 고발
"유병호, 인사권·감찰권 남용사례 확인"


피살된 공무원이 타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2022년 9월 열린 추모 노제. 연합뉴스

피살된 공무원이 타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2022년 9월 열린 추모 노제. 연합뉴스


감사원 운영쇄신 태스크포스(TF)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점검' 및 '북한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검증 관련 공익감사 청구' 감사에서 군사·공무상 기밀 누설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최재해 전 원장,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을 포함해, 관련자 7명을 업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기존 입장을 2년여 만에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감사원이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정권 따라 정반대 입장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TF는 또 유 전 사무총장의 인사상 권한 남용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 역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알렸다.

기밀누설 없었다던 감사원 2년 만에 말 바꿔



2023년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사건 개요. 그래픽=강준구 기자

2023년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사건 개요. 그래픽=강준구 기자


TF는 이날 '군사기밀 누설 및 인사·감찰권 남용 확인' 자료를 통해 지난 2022년 10월 13일과 2023년 12월 7일 각각 배포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요청 및 감사 결과 자료를 통해 2급 군사기밀이 누설됐다고 했다. 당시 감사원은 "군 첩보가 외부에 노출됐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는 해명자료까지 냈지만 이 역시 허위라고 했다. TF는 "감사 담당 과장은 당시 보도가능한 수준이라는 국방부의 검토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국방부와 합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자료도 삭제했다.

TF는 "감사 관련자 7명을 업무상 군사기밀누설 혐의로 지난 24일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일부 내용을 수사참고 자료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TF는 해당 자료가 '2급 기밀'이라고 판단하면서 헌법재판소 결정과의 충돌을 피했다. 앞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공개된 정보들이 '1급 기밀'이라며 최 전 원장을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고, 탄핵 사유로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에서 "1급 기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2급 기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위험'을 끼칠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가치를 지닌 정보를 뜻한다. 1급 기밀은 '치명적 위험'을 끼칠 가치를 지닌 정보에 해당한다.

"비공개 감사 결과 언론에 유출 정황도 확인"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의원들이 2022년 10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감사원의 문전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요구 등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의원들이 2022년 10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감사원의 문전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요구 등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TF는 또 유 전 사무총장이 비공개를 결정한 감사 결과를 언론에 유출했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6월 "문재인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GP 11곳을 불능화했다'고 거짓으로 발표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 전 사무총장은 감사원 내부 직원에게 지시해 비밀문건을 만들고 이를 특정 언론에 전달해 군사·공무상 기밀을 외부로 유출했다고 TF는 봤다.


TF는 유 전 사무총장이 인사규정과 절차, 관례 등을 무시하고 인사권과 감찰권을 남용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특정 소수에게는 혜택을 주고, 사무총장 지시에 반대하는 간부나 직원들에게는 압박을 가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TF는 2022년 6월 취임 후 A과장에게 누명을 씌워 최 전 원장으로 하여금 대기발령 조치를 하도록 하는 등 감사원장의 인사권 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비위사실을 제시하지 않은 채 A과장 등 5명의 비위혐의자의 업무용 PC를 강제로 수거하도록 해 감찰권을 남용했다고도 했다.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유 전 사무총장은 TF 발표와 관련한 입장을 문의한 본보에 "법과 원칙에 기반해 정석대로 업무를 했다"며 "정확한 팩트와 법리에 기반해 정리되는 대로 언론에 밝히겠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