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147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관련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다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기적 거래와 일방향 쏠림 현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하고 변동성이 과도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24일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
구 부총리는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구조적 외환 수요 압력이 더해져 다른 통화 대비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시장 안정을 조화하기 위해 '뉴 프레임워크'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뉴 프레임워크 논의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며 "기금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것을 환율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잔액은 431조원에서 올해 8월 말 486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해외채권 잔액도 88조3000억원에서 9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1~9월 828억 달러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크게 증가해 수급 부담이 커졌다"며 "개인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상회하고 있고 보유한 해외 자산도 외환 보유액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큰 연금의 해외 투자가 단기에 집중되면서 물가 상승, 구매력 약화에 따른 실질 소득 저하로 이어질 경우 지금 당장의 민생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로 평가되는 기금 수익 특성상 안정적 외환시장 상황이 수익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인데 단기적으로 비중이 증가하거나 감소 폭이 크다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론 기금의 평가 이익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해외 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 하락 영향으로 연금 재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를 염두에 뒀단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비율은 10%다. 전략적 환헤지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을 때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10%까지를 매도해 시장에 달러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기재부는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이 조화되도록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의 단기 환전 인센티브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율 수준 평가 요구에는 "시장 결정 사항이라 언급이 적절치 않다"며 "정부는 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 양도세 강화·자본 리쇼어링 배당금 비과세 확대 등 세제 패널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국가 경쟁력을 높여 매력적인 투자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세제 수단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정책은 무조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과 여건이 되면 어떤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 활용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우려 가능성과 관련해 "특별한 의견을 말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환율 시장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재환 국장도 "국민연금이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재무부의 우려는 없다"며 "연금 동원 방식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부는 환율 급등 배경으로 지목된 시장 플레이어들과 만나 환율 안정을 논의 중이다. 김 국장은 "실무적으로 증권사들과 간담회를 했고 수출기업과도 모임을 가졌다"며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선 "'전략적 환헤지'나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와프 확대·연장' 등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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