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으로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11월26일 오전 11시30분쯤 광주 광산구 동광산 나들목 100m 앞 도로에서 "차량이 가드레일과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차 안에서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50대 부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편 A씨는 숨졌고, 운전석에서 발견된 아내 B씨도 의식불명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차량 내부에서 흉기 1점을 발견했다. 사고 현장에 제3자가 개입한 정황이 없어 경찰은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 추정했다.
그러나 상황을 진술할 유일한 당사자인 아내 B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데다 차량 내부 부착된 블랙박스는 음소거로 녹화돼 부부간 대화를 파악할 수 없었다.
유족과 주변인 조사에서도 부부 갈등이나 가정 문제 등이 파악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남편 A씨가 재활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던 광주 북구 모 대학병원에서 나와 거주지 방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다만 병원으로부터 정식적인 외출 허가 등은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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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대학병원부터 교통사고 장소까지 부부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주변 정황 조사를 이어갔다. 숨진 A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는 한편, 두 사람이 흉기에 찔린 상태와 발견 당시 모습을 정밀 감정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전말이 드러났다.
30년 가까이 결혼 생활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뤘던 이들 부부는 남편 A씨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아내 B씨는 3개월 동안 남편 곁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병간호했지만 점차 지쳐 호흡곤란과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게 됐다.
투병과 간병에 지친 이들 부부는 '힘겨운 삶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에 함께 목숨을 끊으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단독 교통사고를 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두 사람 모두 심한 부상에 그치자 아내 B씨는 '자녀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편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어 자신도 극단 시도했으나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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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B씨는 치료받은 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B씨는 이듬해인 지난 5월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송현 장유나 김정환) 심리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씨는 배우자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자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계획이 실패하자 흉기로 남편을 살해했다"며 "재활 중 B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왔던 남편은 한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아무리 배우자라 해도 B씨에게 남편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 "간병 가족에 의한 살인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예방 측면에서도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B씨가 남편이 쓰러진 시점부터 3달간 정성껏 간병한 점, B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스스로도 누구보다 깊은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소영 기자 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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