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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후 정신적 피해’ 주장까지…사장님 울리는 알바 ‘역갑질’

동아일보 박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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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후 정신적 피해’ 주장까지…사장님 울리는 알바 ‘역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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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Ai 이미지. 구글 gemini

기사와 무관한 Ai 이미지. 구글 gemini


아르바이트생의 무단 잠적과 ‘역(逆) 갑질’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는 자영업자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근로자 보호 제도는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당일 무단퇴사·잠적 후 임금만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장과 직원 모두를 보호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단 잠적한 알바생, 보름 뒤 “월급 보내라”

전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40대)는 마감 근무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B 씨(20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A 씨의 카페는 밤 10시에 문을 닫지만 마감 시간을 고려해 밤 11시까지 근무시간을 정했다. 하지만 B 씨는 9시 30분경부터 미리 커피를 여러 잔 내려두고 손님에게 제공했다. 조기 청소를 위해 ‘커피 맛’을 희생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10시가 되기도 전에 커피 기계를 청소해 버리고 마감 시간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집에 빨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런 꼼수를 써왔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손님들은 질 나쁜 커피를 제공받게 됐고, 카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다른 직원에게까지 같은 방식을 권유했다.

A 씨가 이를 지적하자 B 씨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결근으로 마감 인력이 비며 A 씨와 다른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했고, 가게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런데 보름 후 B 씨는 A 씨에게 “월급을 보내라”고 문자로 요구했다. A 씨가 “직접 와서 받으라”고 하자 B 씨는 “꾸중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무단퇴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월급을 지급했다.

A 씨는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걸고 싶었지만 그냥 월급 보내주고 말았다. 내가 감내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 노무사 “괘씸해도 임금 미지급은 위험”

이 같은 사례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3일 일하고 잠적 후 월급날에만 연락 왔다”, “무단결근 후 오히려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는 하소연도 많다.


노무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반드시 지급해야 하며, 지급 거부는 사업주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범석노동노무파트너스 최지혜 대표노무사는 “이런 사례는 현장에서 왕왕 발생하지만, 고용주는 근로기준법을 충족해야 한다”며 “괘씸하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업주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주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 뿐이지만, 이미 그만둔 알바에게는 적용이 어렵다”며 “제도를 악용해도 사업주로선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임금을 지급한 뒤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자영업자 76% “알바 노쇼·무단퇴사 경험”…제도 개선 필요

이런 고충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알바천국이 자영업자 25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76.2%)이 “급하게 바로 출근이 가능한 알바생을 필요로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알바생이 갑자기 결근, 퇴사 등 노쇼할 때(74.4%, 복수응답)’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의원은 “무단 퇴사, 사전 통보 불이행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전문 상담·조정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박성효 이사장은 “자영업자들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관련 제도가 마련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국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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