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0% 안팎 그쳐… 한강벨트도 동반 하락세
아파트값 급등에 괴리 커져… 실수요자 부담 가중
[서울=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대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20%로 전주(0.17%) 대비 상승했다. |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통계집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셋값 약세'가 아니라 매매가격 상승속도가 전세가격을 압도하면서 사용가치와 투자가치의 괴리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현상이다. 반전세 전환 증가, 현금부자 중심 초고가 거래 등 구조적 변화가 전세가율 하락속도를 더 높인 것으로 보인다.
2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기준 강남구 전세가율은 37.9%, 서초구는 42.3%, 송파구는 40.1%였다. 강남3구 모두 2013년 4월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세가율 40%는 매매가격 10억원 아파트의 전세금이 4억원이라는 의미다.
한강벨트 주요 지역도 동반하락했다. 자치구별 전세가율은 △강동구 62.2% △중구 54.4% △동작구 50.1% △마포구 48.7% △광진구 46.7% △양천구 46.4% △성동구 43.6% △용산구 40.5%까지 내려앉았다.
강남3구의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가격 자체가 무너진 결과라기보다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훨씬 빠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은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올라 전세가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용가치는 제자리인데 투자가치가 급격히 오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정부의 '10·15 대책' 이후에도 고가 아파트 신고가가 쏟아졌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9차' 전용면적 109㎡는 지난달 23일 69억5000만원,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98억원에 각각 팔렸다.
이같은 가격 흐름은 강남권 매매시장에서 투자기대가 전세시장 사용가치를 압도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세가가 오를 만한 실수요 기반은 제한적인 반면 매매가격은 '똘똘한 한 채' 수요와 현금부자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밀어 올려지는 셈이다.
전세수급 구조변화도 하락세를 키웠다. 특히 상급지 중심으로 보증부 월세전환 물량이 늘면서 순수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임대인의 관점에서도 전세보다 월세가 더 유리한 시장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고금리·규제환경에서 월세선호는 더 강해지고 전세매물은 줄면서 전세가격의 상승여력이 제약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전세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다는 건 매매가 대비 전세금 회수비중이 작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곧 갭투자 구조가 붕괴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세를 끼고 적은 자본으로 진입하던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매수시장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계층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전세가율 하락은 실수요자에게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지만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내집 마련 진입문턱은 더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이라며 "전세가 안정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매매 진입의 사다리'가 끊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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